[주간사랑방] '실책 주범은 너'
기사입력 1997년 04월 28일 15시 23분
◇…LG의 신바람 9연승으로 야구판이 들썩거렸던 지난주였습니다.
◇…LG의 연승행진에는 `우연의 계시'까지 거들었다는군요.
임선동이 선발 등판 하루 전인 지난 24일 머리를 깎으려고 구리숙소 근처 미용실에 들렀는데요.
코치와 선배들은 "연승중인데 머리를 깎아선 안된다"고 말렸지만, 임선동은 "신세대의 자존심이 있지 미신은 안 믿는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런데 평소 파리 날리는 이른 오후인데도 미용실이 이상하게 북적댔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아！ 이것이 머리를 깎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나왔다는군요.
이튿날엔 26일 선발이었던 손 혁 역시 미용실에 갔는데 똑같이 `인파'에 밀려 그냥 돌아왔습니다.
희한한 일이라며 고개를 흔들던 임선동과 손 혁은 25일과 26일, 연달아 선발승을 거뒀죠.
◇…해태 선수들, 특히 내야수들이 광주구장의 내야 그라운드 때문에 입이 잔뜩 나와 있습니다.
해태는 최강의 내야 수비진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28일 현재 14경기에서 15개의 실책을 저지르고 있는데요.
김응용 감독과 모든 선수들의 공통된 지적은 "실책의 주범이 바로 광주구장의 내야 그라운드"라는 것이에요.
해태는 지난 겨울 3천600만원을 들여 내야 배수로 공사를 했는데, 어설픈 마무리 공사로 내야 지면이 딱딱하고 고르지 않다고 합니다.
푸념을 잘 안 하는 김감독도 팀실책이 계속 늘어나자 "도대체 구단에서 선수단을 도와주는 것인지, 방해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릴 정도입니다.
해태구단은 27일 올해 내야 그라운드 공사를 한 현대 인천구장의 성분을 자료로 삼겠다며 흙을 파갔습니다만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 갑니다.
◇…쌍방울의 군산구장 현대화 계획도 우려의 소리가 높습니다.
◇…총 30여 억원을 투자하는 이번 방안이 발표되자 구단 내부에서조차 말들이 많은데요.
정작 전주구장은 그냥두고 엉뚱한 데다 돈을 쓴다는 거죠.
더군다나 오는 7월말 완공되면 군산 경기수를 늘리겠다는 복안까지 알려지자, 선수단에서는 원정경기가 사실상 늘어난 셈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롯데가 지난 26일 부산 OB전서 연장 14회 끝내기 스퀴즈번트를 성공시켜 3연패를 끊은 뒷얘기가 재미있습니다.
이날 김용희 감독은 1사 3루에서 타석의 김영일에게 3구째 스퀴즈사인을 낸 뒤 OB 덕아웃을 바라보니까, 최일언 투수코치가 투수 이경필을 향해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더래요.
"스퀴즈번트 가능성이 있으니 머리를 쓰라"는 뜻이었죠.
"이크, 들켰구나"고 생각한 김용희 감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OB 덕아웃쪽을 바라보며 김영일에게 "외야, 외야로 한방 날려"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물론 스퀴즈번트를 속이기 위한 페인트모션이었죠.
그런데 나중에 김용희 감독의 말이 더 재미있습니다.
김감독은 김영일이 번트를 안대고 진짜 칠까봐 조마조마했다는군요.
◇…한편 OB 이경필이 4이닝 동안 60개의 볼을 던지다 결국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는데요.
연장 11, 12회 잇달아 위기에 몰려도 투수교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습니다.
김인식 감독은 이경필이 위기에 몰리자 이광우에게 몸을 풀 것을 지시했는데 우물쭈물하며 당황하기만 하더래요.
깜박 잊고 숙소에 원정유니폼을 놓고 왔기 때문이었죠.
◇…지난 26일 끝내기 안타를 친 삼성 김한수가 팀 동료 여러 명을 살렸습니다.
야수들의 연속적인 실책에 열이 오른 백인천 감독은 그날 경기를 망친 이희성과 김재걸 최한림을 2군에 보낼 결심을 굳혔습니다.
그러나 김한수가 9회 끝내기 안타를 치자 그자리에서 이희성과 김재걸을 `특별 사면'했고, 이틀 연속으로 좋지 않은 투구내용을 보여 "1군엔트리에서 빼겠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까지 흘렸던 최한림의 경우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구단직원들은 "동료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살렸다"고 말하더군요.
◇…한화 장종훈의 홈런포 침묵이 계속되자 팬들의 `애원성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장종훈은 올해부터 교통사고로 생계가 어려운 어린이를 돕는 `사랑의 홈런왕'을 시작했는데 홈런이 없다보니 성금을 내려던 팬들은 구단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홈런을 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부탁하는거죠.
홈런당 2만원을 내기로 한 장종훈도 애타기는 마찬가지인데, 지난 26일 잠실 LG전에서 모처럼 잘맞은 타구가 파울홈런이 되자 "20만원을 내도 좋으니 홈런만 펑펑 쳤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