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폼니시] 매너축구 빛났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28일 15시 23분
"치사한 승부는 싫다."
부천 유공의 러시아 출신 니폼니시 감독이 한국 프로축구판에 또다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니폼니시 감독은 지난 26일 목동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매너 축구'의 참모습을 보여줘 축구관계자들을 감동시켰다.
감독이라면 누구나 욕심을 부려볼만한 개막전이었지만 니폼니시 감독은 후반 29분 윤정환이 실수(?)로 골을 넣자 곧바로 골문을 열어줄 것을 지시, 결국 승부는 1대1로 막을 내렸다.
윤정환의 부상으로 현대측이 볼을 아웃시킨데 대한 `답례'로 현대 GK 김병지에게 패스한다는 것이 그만 골망으로 빨려들어가는 진풍경이었다.
선수 관중 모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니폼니시 감독의 `결단'은 다소 의외였다.
고의성이 전혀 없었던데다 유공은 힘겨운 싸움을 벌이며 살엄음판을 걷고 있었기에 이를 묵과하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어도 별 뒷얘기가 나올 수 없었던 것.
니폼니시 감독은 경기직후 오히려 자신의 `명령'을 위반하고 잠시나마 현대의 공격을 제지하려고 했던 러시아 출신의 GK 샤샤와 수비수 보리스에게 호통을 쳤다고 한다.
한국 선수들보다 자신의 마음을 더 잘 읽고 있어야 할 이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지난 95년 한국무대에 진출, 2년여동안 아기자기한 `니포축구'와 심판의 권위를 존중하는 그라운드에서의 매너로 한국축구의 `청량제'가 됐던 니폼니시 감독의 축구관이 단적으로 드러난 대목이었다.
니폼니시 감독은 평소 유공 선수들에게 이런말을 되뇌곤 한다.
"축구를 즐겨라. 경기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라. 승부는 그 다음 문제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