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기] 이승희의 '나의꿈 나의삶' (3)
기사입력 1997년 04월 27일 15시 00분
집에서 아빠가 영어공부를 시켰지만 금방 말이 될리가 없었다. 그래서 영어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생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영어에 익숙해지고 한국인 승희가 아닌, 미국인 산드라가 된 느낌은 2년이 지난 열살이 돼서야 찾아왔다. 시카고에서 5번이나 전학을 한 뒤다.
친구도 5학년이 돼서야 사귈 수 있었다. 친구들을 사귀게 된 계기가 있다.
학교 체조반에 잘생긴 코리라는 남자애가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도 코리가 나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났다. 그러자 여자애들이 나에게 호의를 표하며 친구가 되고자 했다. 미국에 온지 실로 오랜만의 친구 사귀기였다.
세월이 흘러 나는 주니어 하이스쿨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피부색 때문에 잔뜩 긴장해야 했다. 이때의 에피소드.
잘 나가던 미셸이라는 여자애가 있었다. 그애는 뒤에서 `산드라는 어쩌구' 하면서 나에 관한 뒷얘기를 하고 다녔다. 성미 급한 내가 가만있을리 없었다.
어려서부터 왈가닥이던 나는 그 무렵에도 남자애들과도 일전을 불사하던 싸움닭이었다. 화가 난 나는 어느날 미셸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네가 뭔데 나에 대해 떠들고 다니냐? 말할 게 있으면 내앞에서 해봐！ 아니면 입 닥치고！" "그래? 나랑 싸우고 싶니?" "싸우자！ 수업 끝나고 보자！"
그러나 싸움은 친구들의 만류로 싱겁게 끝났다. 그 뒤로 미셸과도 적당히 잘 지낼 수 있었다.
얼마뒤 그 학교도 또 떠나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어쨌거나 학교생활은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하지만 집은 아주 갑갑했다. 아빠는 아주 엄격한 `한국형 가장'이었다. 어두워지면 귀가해야 했고 방과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친구들은 방과후에 영화도 보고 쇼핑도 다녔지만 나에게는 꿈같은 일이었다. 남자아이들은 우리집에 전화조차 못했다. 아빠는 내가 공부만 하기를 원하셨다. 나는 육상과 수영에 소질이 있어 선수도 할 수 있었지만 부모님은 오로지 공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