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외국인 심판들의 '선진 판결'
기사입력 1997년 04월 27일 15시 00분
한국에 프로축구가 태동한 지도 벌써 15년째다.
그동안 좋은 기록들도 많이 양산됐고, 전설같은 승부도 숱하게 연출돼 왔다.
하지만 꼭 한가지 영원히 풀기 힘들다고 여긴 숙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심판 문제다.
경기가 끝나면 어느 구단을 막론하고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고, 하나같이 피해자라고 목청을 돋웠다.
심판매수에 대한 의혹도 끝이 없었다. 상대 구단에 대한 불신도 심각할 정도였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려진 `극약처방'이 바로 외국인 심판 도입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체코로부터 `벽안의 판관' 2명을 불러들였고, 마침내 26일 정규리그 개막전서 `선진판결'을 선보였다.
코리안리그에 새로운 획을 그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일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적어도 관중들로부터 단 한번의 야유도 없었고, 구단들 역시 불만은 있지만 대체적으로 심판 휘슬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전남과 포항의 경기가 벌어진 광양전용구장에서 휘슬을 문 찰스씨（46）는 무려 6개의 옐로카드를 뽑아들었다.
옐로니, 레드니, 카드가 난무한다고 해서 무조건 훌륭한 판결을 내렸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선수를 보호하겠다는 투철한 의식 만큼은 충분히 전달됐다.
물론 콧수염 기른 외국인 심판 2명의 등장으로 십수년간 쌓여온 심판에 대한 불신의 벽이 일시에 허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구단들은 심판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고, 심판들은 양심을 일깨워 지금이라도 휘슬을 바로 물어야 한다.
팬들도 아량과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심판도 인간이기에 실수와 착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믿자. 구단을 믿고, 심판을 믿고, 선수를 믿고, 한국축구를 한번 믿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