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교감통해 호흡일치 효과
기사입력 1997년 04월 27일 15시 00분
연초록 물이 깊게 밴 울창한 숲과 잔잔한 호수가 있는 곳 춘천.
봄이 이미 깊어진 경춘가도 맨끝 지점에 위치한 강원도승마협회 승마장에서는 지난 26일 제34회 한－일승마대회가 막을 내렸다.
뒤에는 산, 앞에는 강, 산도 좋고 물도 좋은 `신천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은 바로 대회에 출전한 말（馬）들이었다.
마장마술과 장애물경기에 나온 말들의 외모는 그야말로 화려하기 이를데 없었던 것.
이 말들은 갈기를 한올 한올 곱게 땋아 내리고 탄력 있게 늘어진 꼬리 윗부분에는 꼬리 색깔에 잘 어울리는 리본을 단 채 앞다리에는 형형색색의 띠로 아름답게 치장하고 그 자태를 드러냈다.
이와 같이 말을 꾸미는 것은 말이 장애물을 넘는 순간 장애물의 알록달록한 횡목과 앞다리의 컬러풀한 끈이 어우러져 시각적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또 리본으로 윗부분을 묶은 말꼬리는 착지할때 그 탄력성을 더욱 발해 말의 고고함을 돋보이게 한다.
말갈기를 옆으로 전부 땋아 내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무려 2시간.
간혹 말을 돌보는 마부들이 말갈기 땋는 작업을 대신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 말을 타고 대회에 출전할 선수가 손수 말의 치장을 담당한다.
말을 빗기고 액세서리로 장식해 주는 정성을 쏟는 동안 어느새 말과 사람 사이에 서로 교감이 통해 대회 전에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동물과 사람이 하나가 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승마는 선수 혼자만의 상태가 좋아서는 결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고 따라서 말의 컨디션은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아 왔다.
말은 자신의 등에 탄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는지 두려워하는지를 알 수 있는 본능을 갖고 있는 동물이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말은 야생의 성질을 접고 순종성을 발휘, 사람이 이끄는 대로 잘 움직여 준다.
금지옥엽（金枝玉葉）처럼 조심스레 다뤄지고 미용 서비스를 받으며 승마대회에 출전하는 말들은 역동하는 매력덩어리요, 승마대회의 진정한 주인공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