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명퇴자의 주간 다이어트식단
기사입력 1997년 04월 26일 15시 16분
세 번째 명퇴 이야기_
만약 뒤로 엎어졌는데 코가 깨졌다거나 앞으로 엎어지긴 했는데 얼굴에 철퍼덕 닿은 것이 팥죽이 아니고 소의 배설물였다면 한마디로 옴 붙은 왕재수이리라.
그러나 엎어진 코에 때 묻은 500원 동전이라도 걸렸다면, 이건 안 넘어진 것보다 훨씬 나은 괜찮은 일일 것이다.
요즘 시중에 이런 류의 책들이 많이 읽히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표 내길 잘했다', `고맙다 명퇴야！', `산 입에 거미줄 치랴', `소 잃고 나니 경운기 생기더라'… 등등.
제목이 암시하고 있듯 `실패를 거울 삼자'는 것이며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인류 공영에 이바지 하고…'의 뜻이다.
명퇴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자살을 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이유가 없어서 망설였던 사람들은 명퇴기념으로 `그 일'도 하겠지만 `이 참에 그 장애를 오히려 이용하자'며 마음 굳게 먹으신 분들도 많을 줄 안다.
명퇴가 우리에게 주는 도움은 많다.
필자는 몸에 살이 포동포동한 편인데 만일 명퇴를 당한다면 그 걸 기회로 다이어트를 해서 몸매를 날씬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명퇴자는 확실한 이유가 있어서 일주일 내내 다이어트가 절로 되지 않을까.
일_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 했으니 굶고.
월-월급 생각하면 목이 메일테니 음식이 들어 가겠는가.
화-화가 날때 밥이 먹히던가.
수-수치스러움을 느껴서 식사고 뭐고 없고.
목-목이 잘렸는데 이론상 음식물 섭취가 가능한가?
금-금세 먹고 또 먹는 것 같아 숟가락 들기가 뭐하고.
토-토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무슨 음식을 먹나！
그런가 하면 세계 역사에 남은 위인들도 이미 명퇴에 대한 이런 말을 했다. 위안을 삼으시기 바란다.
나폴레옹-내 사전에 출근이라는 말은 없다.
맥아더-명퇴자는 죽지 않는다. 다만 집에 있을 뿐이다.
이승만-낙지(끝까지 붙어 있으면)면 살고 조기(일찍 잘린 사람)면 죽는다.
케네디-회사가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명퇴로 회사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을 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