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매일 '공'치는 남자
기사입력 1997년 04월 25일 15시 25분
매일 `공' 치며 사는 남자.
사람이 몰리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왔다갔다 볼'을 치며 산지 올해로 15년째를 맞는 사람이 있다.
이운선씨（44．상아스포츠）.
82년 친구와 함께 제자리에서 혼자 칠 수 있는 테니스공, 일명 `왔다갔다 볼'을 개발한 이씨는 친구에게 제조를 맡기고 본인은 전국 방방 곳곳을 다니며 `온몸' 홍보와 판매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품의 특성상 `백문이 불여일견'이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이나 비오는 날만 제외하면 거의 매일 칩니다. 오전에 나가 해질때까지 하루 일과로 삼고 있어요."
최근에는 인근 대형 백화점의 봄세일기간을 맞아 을지로입구 지하철역 출구에서 일한다. 유동인구가 많아 하루에 적게는 50개, 많게는 100개까지도 팔린다고.
사람이 몰리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이씨의 단골 출장지는 이밖에도 한국종합전시장과 중소기업박람회장 등 많다. 비엔날레, 군항제, 단오제 등 지방행사가 있을 때면 몇달씩 장기출장을 가기도 한다.
5월에는 `꽃박람회'가 열리는 고양시와 `동아시아대회'가 열리는 부산을 오가며 일할 예정이라는 이씨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 집중적으로 어필해 외화 벌이에도 한몫할 참이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남의 땅에 불쑥 `침입'해 영업을 하다보니 기막힌 일을 당할 때도 많다. 물건을 뺏기는 것은 그래도 얌전한 편. 발길질을 당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이씨는 그럴때면 매번 국민 건강을 위해 한몫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얼마나 바쁜 세상입니까? 귀한 시간을 뭉텅 잘라내 비싼 돈까지 들여가며 골프를 치고, 헬스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루 몇십분만 가까운 공터에서 테니스를 쳐 보세요."
이씨의 경우 도심속에서 운동을 해 호흡기 질환이 걱정되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병원 한차례 다녀오지 않았을 정도로 튼튼한 체력을 자랑한다고. 처음에는 공을 맞히는 것도 힘이 들지만 숙달되면 스매시 발리 같은 고난도 기술도 쉽게 구사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왔다갔다 볼'은 이름이 많은 편. 미국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테니스 메이트' `솔로' `컴백' 등으로 수차례 이름을 바꿨기 때문이다. 친구와 몇몇 친지들이 모여 가내수공업 형태로 일하다보니 하루 300개 밖에 생산하지 못하지만 수요는 꾸준히 느는 편이라고.
충남 홍성 출신인 이씨는 89년부터 94년까지 어린이완구 `요요'를 생산하느라 잠시 외도를 한 적이 있으나 값싼 중국제품에 밀려 망하고 만 쓰디쓴 기억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