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가슴이 따뜻한 '도시의 파이터'
기사입력 1997년 04월 25일 15시 25분
정우성은 요즘 "달라졌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최근 구본승의 제대를 축하하는 TV 쇼프로그램에 절친한 친구 자격으로 출연한 정우성은 예전에 하지 않던 농담을 구사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우성은 "그동안 너무 말을 아껴 프로그램 제작진이 난감해 하는 것같아 말을 좀 했다"고 말한다.
정우성은 내달 3일 개봉되는 영화 `비트'(김성수 감독-우노필름 제작)에서도 크게 달라진 연기를 보여준다.
최근 시사회에서 "연기력이 놀랍게 늘었을 뿐더러 이미지 변신도 신선하다"란 반응이 나왔다.
"그동안 나를 따라다녔던 `고독' `터프가이' 등 수식어에 구속되는 것이 싫었어요. 이번 작품에선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젊은이의 감수성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죠."
도시의 뒷골목을 배회하는 아웃사이더들의 삶을 역동적으로 그린 `비트'에서 정우성은 싸움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프리랜서 파이터 이민역을 맡고 있다. 지난해 5월 `1.5'란 드라마를 끝낸 후 모든 활동을 배제하고 1년 가까이 매달려온 역할이다.
이 영화는 "나에겐 꿈이 없었다"란 정우성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데 이 대사는 본인이 직접 쓴 것. 정우성은 시나리오 각색 작업부터 참여해왔는데 영화 내레이션의 40%는 자신이 쓴 것이 채택되었다는 설명.
"민이란 인물은 모순된 캐릭터를 갖고 있어요. 삶을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사회에 편입되기를 두려워하고, 싸움은 잘하지만 깡패가 되기를 싫어하죠."
이 영화에서 정우성의 액션연기는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당구장에서 건달 무리와 격전을 벌이다가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킹콩이란 깡패와 좁고 긴 복도에서 1대1 대결을 벌이는 장면, 주차장에서 오토바이 스턴트에 이어 1대30의 주먹싸움을 벌이는 장면 등.
정우성은 촬영도중 허리와 손목인대 등을 다치기도 했는데 특히 라스트 주자창 격투신에선 "거의 탈진상태가 되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정우성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액션신이 아니다.
"상대역인 고소영씨와 헤어진 후 교차편집으로 심리를 묘사하는 장면이 있어요. 고소영씨는 병원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저는 석양이 질 무렵 언덕배기 놀이터에서 사랑을 그리워하죠. 이때 흐르는 음악이 제가 좋아하는 `렛 잇 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