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기] 이승희의 '나의꿈 나의삶' (1)
기사입력 1997년 04월 25일 15시 25분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모델 이승희의 라이프 스토리를 오늘부터 전격연재합니다.
`플레이보'지 모델 등의 활동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타고있는 그녀는 최근 자신의 라이프 스토리를 담은 `할리우드의 노랑나비'(문학세계사)를 출간한데 이어 조만간 누드집 `버터플라이'도 펴낼 계획입니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건너 신데렐라가 된 그녀의 `성장사'는 독자들에게 흥미와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70년 4월1일,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 살던 곳은 도심을 벗어난 시골동네같은 곳이었다. 아빠는 그곳이 불광동 쪽의 진관사 들어가는 길, 기자촌이라고 했다.
산이 많은 동네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전기도 수도도 없어 물을 길으려면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퍼올려야 했다. 부엌의 부뚜막에는 가마솥이 얹혀있었고 변소를 가려면 신발을 신고나와 한참을 걸어야 했다.
밤이면 촛불을 켜놓고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그때가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하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우리집에는 모두 여섯 식구가 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두분, 그리고 나와 두살 아래인 동생 승재.
동네 꼬마 친구들도 많았는데 여자애는 나 하나뿐이었다. 나는 인형놀이나 소꼽놀이보다 선머슴아처럼 거친 놀이를 즐겼다.
나무오르기 달리기 산타기 등 뭘 하든지 나는 항상 1등이었다. 특히 개구리를 잡는 놀이는 아주 재미있었다.
내몸은 넘어지고 다쳐서 늘 상처투성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을 그 동네서 다녔다. 학교는 꽤 먼거리에 있었는데 같은 동네 여자애와 늘 등하교를 함께 했다.
떠드는 아이들은 선생님한테 자로 손바닥을 맞았던 것이 기억난다. 나는 공부가 너무 재미있었다.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면 범위를 넘도록 한참 더해갔을 정도였으니까.
아빠는 늘 우리와 떨어져 있었다. 몸이 아파 그러셨다고 한다.
그리고 아빠는 어느날 미국으로 가셨다. 내가 3세때였다. 아빠는 미국으로 가시던 날 흙장난을 하던 나를 보고 눈물만 흘리셨다고 한다.
이즈음의 기억 가운데는 새엄마에 관한 것도 있다.
새엄마는 나를 예뻐해주셔서 늘 내 머리를 빗겨주셨다. 내가 좋아하는 머리핀도 양철 네모상자에 가득 찰 정도로 사주셨다. 상자안의 머리핀은 내 어린시절의 보물 1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