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현감독] 감독 3개월만의 '자율축구' 결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24일 15시 01분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지난 22년간의 어려움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업은행 조동현 감독（45）. 그가 드디어 지난 23일 `큰그릇은 늦게 이뤄진다'는 진리를 증명해 보였다.
97한국춘계실업축구연맹전（스포츠조선 후원） 결승에서 이랜드와 피말리는 승부차기 끝에 팀을 6년만에 정상에 등극시킨 것.
15년간의 코치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지난 1월26일 신임감독으로 부임, 3개월만에 이룬 기적같은 우승이다.
하지만 그동안 조감독을 지켜본 사람들은 이날의 결과를 결코 기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모두 당연한 일이라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감독을 맡으며 기업은행 축구가 너무나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자율축구의 도입. 조감독은 결코 `강요하는 축구'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는 분위기를 유도, 선수들이 모두 능동적으로 훈련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선수들은 조동현 감독을 무서운 지도자가 아닌 팀내 최고참 선배로 인식, 위와 아래가 믿음이란 고리로 연결되었다.
탄탄한 `신앙'으로 무장한 이랜드를 120분간 쉴새없이 몰아붙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믿음이 원동력이었다.
감격의 우승을 따낸 날, 조감독은 소중히 간직했던 `행운의 열쇠'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재작년 기업은행장으로부터 받은 20년 근속기념 증표. 거기엔 75년 선수로 입행, 81년 트레이너, 82년 코치, 97년 감독 이란 `삶의 옹이'가 박혀 있다.
"정말 이날을 위해 그 먼길을 달려왔나 봅니다. 오늘의 영광을 모두 선수들과 기업은행에 돌리며 또다른 우승을 향해 힘차게 뛰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