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수비로 승부건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24일 15시 01분
이런 걸 두고 운명의 장난이라 하는가. `20년 지기'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날 줄이야.
농구대잔치 7회 우승에 빛나는 `영원히 해가 지지 않는 왕국' 부산 기아의 최인선 감독（47）.
눈물젖은 빵을 곱씹으며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치악산 파랑새' 원주 나래의 최명룡 감독（45）.
지난 75년 1년 후배인 최명룡 감독이 당시 산업은행에 입단, 한솥밥을 먹으면서 이들의 우정은 이어져왔다.
인생의 절반을 함께 했던 이들도 25일 오후 6시40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벌어지는 원년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선 잠시 우정을 접어야 할 것 같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기 때문이다.
◇기아 최인선 감독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주었던 우리팀만의 다양한 공격 전술로 나래의 수비를 흔들 참이다. 수비에서는 나래의 공격 루트를 쥐고있는 칼레이 해리스를 차단하는데 주력하겠다.
해리스는 허 재 이훈재 김영만 등을 프런트코트부터 밀착마크해 체력을 소진시킬 작정이며 적절한 시기에 더블팀을 시도해 볼을 따내겠다.
나래는 제이슨 윌리포드라는 걸출한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지만 클리프 리드와 로버트 윌커슨, 김유택 등을 번갈아 투입하며 물량공세로 나설 경우 윌리포드의 제공권도 제압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나래 최명룡 감독
기아의 주요 공격형태인 속공을 차단하며 실점을 80점대로 줄이겠다. 기아의 속공은 강동희로부터 시작되는데 장윤섭 박희성으로 하여금 강동희의 볼배급을 미들라인부터 봉쇄할 참이다.
일단 속공만 적절히 저지한다면 기아가 구사하는 세트오펜스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또 우리팀의 센터 윌리포드를 마크하는데 인해전술로 나설 것으로 여겨지는데 우리 역시 강병수와 김영래 지형근 등을 교대로 투입하며 윌리포드에 대한 집중마크를 분산시킬 참이다.
기아는 선수들의 기복이 심한 편인데 이러한 약점도 적절히 이용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