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회사살리기'발벗고 나섰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24일 15시 01분
국내 유수의 대기업인 진로（眞露）가 극심한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력기업 15개중 일부를 처분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그룹경영이 불가능할 만큼의 심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그런데 이런 와중에서 그룹의 일원인 진로스포츠단 선수들이 보여주고 있는 `갸륵한 마음씨'가 경영진에게 적지않은 정신적 위로가 되면서 전체 체육계에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프로씨름과 태권도 농구 등 진로스포츠단의 3개종목 39명의 선수들.
회사발전에 `자그마한 밀알'이 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모습이 주위사람들의 심금（心琴）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회사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사（救社）차원에서 힘을 합하기로 뜻을 모은 이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같은 종목의 다른 팀에 실상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
예컨대 씨름단선수들이 LG증권이나 현대 등 다른 씨름팀 선수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술을 마실 때도 기왕이면 진로에서 나온 술을 선택해 줄 것"을 부탁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또 오는 5월1일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얼마전 회사에서 선수들에게 나눠준 기념품을 모아 총무부에 반납하는 `미덕（美德）'까지 보였다.
이들은 특히 이 자리에서 "우리들은 이런 물건이 없어도 괜찮다. 하지만 이를 소비자들에게 팔면 경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로 총무부 간부들은 물론 그룹 상층부 인사들을 감격시켰다.
회사운영이나 제품생산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스포츠선수들이 이처럼 `솔선수범'을 하는 것을 지켜본 경영진들은 한결같이 "역시 의리는 스포츠선수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
이들 선수들은 앞으로도 회사경영이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훈련이 없는 날이면 거리로 나가 `회사 살리기 운동'에 앞장 설 각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