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명] 김병지에서 빠르게 '무게중심' 이동
기사입력 1997년 04월 23일 14시 46분
`이제는 내 시대다.'
현대 서동명（23）이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안방을 지키는 문지기의 무게중심이 최근 2∼3년간 축이었던 김병지에서 그에게로 옮겨지고 있는 것.
프로 2년차로 조용히 용틀임을 준비하던 그가 갑자기 수면위에 떠오른 것은 지난 11일 월드컵축구 대표팀에 추가선발 되면서부터다.
차범근 대표팀감독은 "한국 축구를 짊어질 재목이다. 경험만 쌓으면 월드컵팀 주전 골키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이다"고 추켜 세웠다.
차감독은 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23일 북경에서 열린 한_중 정기전에서는 선발출전을 시키지 않는 배려를 했다.
사실 차감독은 지난 1월 월드컵팀 사령탑에 선임되는 순간 그를 떠올렸지만 김병지가 같은 현대소속이어서 아쉬움을 삭였었다.
하지만 김병지가 소속팀과 재계약이 늦어지자 기다렸다는듯이 서동명을 추가 선발해 북경에 동행한 것.
차감독이 이토록 그에게 애착을 보이는 것은 뛰어난 신체조건 때문이다.
월드컵 최종예선과 본선에서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중 하나는 높이를 앞세운 외국선수들의 문전 플레이를 어떻게 저지하는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1m94의 큰 키에 긴팔을 지닌 서동명으로 생각한 것.
실제로 그는 울산대 시절 올림픽 대표팀에서 뿐만 아니라 올시즌 아디다스컵 9게임에 모두 출전해 큰 신장의 덕을 톡톡히 보기도 했다.
물론 밑으로 흐르는 볼에는 약점도 있지만 차감독은 주전 골키퍼 탄생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최인영（현대 트레이너）-김병지로 이어진 90년대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 계보가 서동명으로 사실상 결정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