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필] 선발미련 버린지 오래
기사입력 1997년 04월 23일 14시 41분
"선발로만 나가면 신인왕은 따놓은 당상인데…."
OB 최일언투수코치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중 하나는 바로 신인 이경필（23）의 마무리 전환이다.
팀사정상 어쩔 수 없이 마무리를 맡겨 놓았지만 충분히 두자리 승수를 따낼 능력이 있는 투수를 선발로테이션에 넣지 못한다는게 여간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
사실 5일만에 한번 등판하는 선발투수에 비해 매일 불펜에서 대기해야 하는 소방수들은 정신적－육체적인 피로감이 거의 2배에 달한다.
이경필은 시즌전 은근히 선발을 기대하고 신인왕의 꿈에 부풀어 있었지만 이젠 욕심을 버린지 오래.
어떻게 해서든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생각 뿐이다.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어요. 선발일때는 맞춰잡는 피칭이 가능한데 마무리는 1점도 주면 안되잖아요. 큰 것 안 맞을려고 항상 낮게 컨트롤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새로 맡겨진 보직이 낯설었는지 이경필은 한화와의 개막전과 15일 전주 쌍방울전에서 연속 2실점했지만 게임이 거듭될수록 안정을 찾고 있다.
22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4-4 동점이던 9회 구원등판, 4이닝 동안 삼진을 6개나 잡아내며 2안타 무실점으로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줬다.
140㎞대의 직구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간뒤 각도 큰 커브와 싱커로 삼진을 솎아내는 공 배합은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이었다.
김인식감독은 당분간 이기는 경기에는 김경원 대신 이경필을 주로 투입할 계획.
선발에 비해 뒤가 허전한 OB로선 그나마 믿을만한 마무리 이경필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