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다마고치' 게임 선풍
기사입력 1997년 04월 22일 15시 30분
`주머니 속에서 애완동물을 기른다.'
청소년들 사이에 일명 병아리 키우기란 `다마고치' 게임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 게임기를 구하기 위해 여학생들이 매춘까지 서슴지 않아 사회문제가 됐을 정도.
이같은 인기에 편승, 최근 한 업체가 이를 국내에 수입 시판한 가운데 유사품 다마고치까지 속속 등장,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다마고치를 수입 판매하고 있는 대원동화（주） 임재범과장은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나 물량이 부족해 현재는 한정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마고치란 `다마고'（계란）와 `치'（워치）의 일본어 합성어.
일본 반다이사가 개발한 이 게임은 외계에서 지구로 떨어진 한 생명체를 99일 동안 아무 탈없이 잘 키워 새로운 생명체를 번식시키는 게 기본 스토리.
하지만 이 생명체 즉, 병아리는 인간처럼 감정을 지니고 있을 뿐아니라 머리도 영리해 `주인'의 각별한 정성이 없으면 곧 죽고 만다.
병아리의 활동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배가 고프거나 아플 때는 `삐삐'소리를 내며 주인을 찾는데, 이 때 주인은 병아리가 원하는 것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배가 고프면 밥을 주고 아프다면 주사를 놔주어야 한다.
졸립다고 칭얼댈 때는 취침등을 꺼주고 수시로 간식을 주거나 함께 놀아주는 정성을 쏟아야 한다.
만약, 밥을 너무 많이 주면 몸이 뚱뚱해지고, 함께 놀아주지 않으면 버릇이 나빠지면서 점차 기형으로 변해 곧 죽고 만다는 것.
이 때문에 2주일 이상 기르기도 어렵다.
S여대 이정화양（21）은 "밥을 먹이고 함께 놀아주고 재워줘야 하기 때문에 애완동물을 기르는 느낌"이라며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서 길렀던 추억이 솟아난다"고 말했다.
광혜병원 정신과 신승철원장은 `다마고치 붐'에 대해 "사회가 점차 기계화되고 핵가족화되면서 현대인들은 소외감과 애정 결핍을 느낀다"면서 "이 게임기가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 같은 대리만족을 채워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