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승] 일 욕심, 큰 키만큼 높아요
기사입력 1997년 04월 22일 14시 43분
`수많은 여자애들 만나 왔었지/악세사리처럼 바꿔가며 만났어/지 아무리 콧대높은 여자라해도/내 앞에선 소용없었어….'
가수겸 탤런트 구본승(具本承.24). 지난 4월10일 제대. `군인'인가? `민간인'인가? 아직도 긴가민가다.
그 와중에서도 신곡 '악세사리'를 타이틀로 `인기가수' 탈환작전에 돌입했다. 뿐인가. KBS2TV `수퍼 선데이' 2부에서 `구본승의 TV시네마'도 진행중.
`악세사리'는 에디머피의 영화 `부메랑'의 스토리와 닮았다.
`구본승의 TV시네마'는 영화나 드라마를 패러디하거나 압축한 또 하나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여 준다.
94년. `너 하나만을 위해'라는 노래로 우뚝 선 가수 구본승.
그러나 그 이듬해 훌쩍 군에 입대하면서 팬들과의 `긴 이별'을 예고한다. 그런데도 구본승은 `긴 이별'이 던지는 `진공상태'를 TV드라마로 메워 버린다.
`신고합니다' `남자 만들기'는 시청률 30%를 웃돌면서 `탤런트 구본승'을 부각시킨다.
대학재학중 입대,또 하나의 사회에 적응 못하는,전형적인 신세대로 나온다.
"군대는,훈련소는 인간을 발가벗긴다. 위선도 체면도… 완전군장의 40㎏ 행군도,남들처럼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가수,탤런트로서의 구본승만을 보려는,단편적 시선은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 `무관심'이 던지는 자유를 느꼈다."
짬밥도,보충대에서의 삭발도,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러나,눈내리는 날의 전방,막사,탄약고는 고즈넉한 설움으로 안겼다.
보초병 어깨 위로 눈은 퍼붓고. 보초병은 어느덧 이방인이 되고. 멜로디와 가사가 아스라히 떠올랐다. 막사로 돌아와,멜로디와 가사를 재생시켰다. 타이틀은 `널 보낸 후에.'
`난 그렇게 생각했어/지금은 다른 삶이 지만/서로를 위해서 피할 수 없었다고/널 보내는 것만이 영원히 널 가질 수 있는/영원토록 너와 함께 할 방법인 걸.'
구본승. 서울 태생. 도성초등학교-단대부중-휘문고-명지대 작곡과 1년 휴학중. 1m87,76㎏. 주량은 소주 2병.
아버지는 사업가. 먹고 살만했다. 고교때 이미 플루트를 만났다. 랩에서부터 국악,클래식에 이르기까지 음악이면 뭐든 좋았다.
특히 퀸,비틀스,핑크 플로이드,스팅 등의 영국 노래는 미치게 좋았다. 그 서정에 가슴이 젖었다.
구본승. 보수적이다. 자기주장이 강하다. 아직 여자가 없다.
"간섭 안하는 여자,조신한 여자,화장을 엷게 하는 여자,잘난체 안하는 여자가 좋다."
구본승. 독서광에다 영화광. 랭보의 시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나 수필은 늘상 읽어도 싫증이 안난다.
`태엽감는 새' `상실의 시대' 그리고 `슬픈 외국어' 등.
"`태엽감는 새'는 일상의,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도사리고 있는 벽을 통해 자기를 발견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의 서두엔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런던교향악단의 연주곡 `도둑 까치'의 서곡이 흘러 나온다."
얼마전에 본 대니 보일감독의 영화 `트레인스포팅'도 `우리 얘기'였다. 고단한 삶을 꾸리는 젊은이들. 현실도피처로 마약의 세계를 택하지만 현실은 도리어 절망과 분노만을 안겨 준다.
구본승은 낚시광이기도 하다.
특히 바늘하나로 승부를 거는 `장대 낚시'는 너무 좋다. 네댓살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바다낚시를 다녔다.
갯바위 사이를 훨훨나는,얼굴이 새카만 구본승은 일쑤 `토종 갯마을 아이'로 오인되기도 했다.
구본승. 배우와 가수,이중 어느 하나도 버릴 수 없다. 영화음악에도 손대고 소설과 수필도 쓰고 싶다.
당장은 런던이나 로마,그리고 뉴욕에도 가보고 싶다. 그곳에 뒹굴고 있는 문화를 줍기위해.
"늘상 달리고 싶다. 들판이거나 철길이거나...가다가 지쳐 쓰러 지더라도 한껏 달리고 싶다. 또한 집중해서 살고 싶다. 설령 짧게 살 수 밖에 없을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