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혁명이냐 왕위고수냐
기사입력 1997년 04월 21일 17시 20분
나래 블루버드의 `혁명'이냐, 기아 엔터프라이즈의 `왕위 고수'냐.
오는 25일 개막되는 한국프로농구 원년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은 두팀의 대조적인 선수구성과 팀컬러 때문에 더욱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 재 강동희 김유택 김영만의 기아（정규리그 1위）, 그리고 정인교 강병수 장윤섭 김영래 이인규의 나래（정규리그 3위）.
기아가 한국농구를 주름잡아온 선수들로 구성된 `스타군단'이라면 나래는 아마시절 `눈물젖은 빵'을 씹었던 `무명선수군단'이다.
기아는 아마시절 7회에 걸쳐 농구대잔치를 제패하며 최강으로 군림해 온 `해가지지 않는 왕국'.
기아와 대조적으로 아마시절 최약체인 산업은행과 한국은행을 인수, 창단한 나래는 `패배를 밥먹듯 한' 불운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두명의 용병 제이슨 윌리포드, 칼레이 해리스와 함께 `한－미공조'를 이뤄 일약 신흥강호로 부상한 나래는 `공포의 외인구단'으로도 불리고 있다.
기아의 최대강점은 선수 개개인의 화려한 개인기.
클리프 리드－로버트 윌커슨－김영만－허 재－강동희로 이루어진 베스트5는 당대 최강이며 `식스맨' 김유택, `수비전문' 이훈재 등 교체멤버도 풍부하다.
그러나 선수들간의 묘한 이질감과 영웅심리로 인해 전력의 극대화를 이루기 힘들다는 점이 기아가 안고 있는 최고의 고민거리다.
`혁명'을 노리는 나래는 거칠 것이 없다.
어차피 1대1 대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래선수들은 오직 하나의 무기인 `조직력'으로 똘똘 뭉쳐있다.
센터 윌리포드－포워드 정인교－가드 해리스를 축으로 나머지 두자리에 누가 투입돼도 그대로 녹아들어갈 정도로 최명룡 감독이 리드하는 나래의 `조직농구'는 물샐틈이 없다.
나래는 정규리그에서도 바로 이 `조직력'과 `투혼'으로 기아를 두차례에 걸쳐 격파한 바 있다.
기아 최인선 감독이 나래를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