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 당국자 '황 리스트' 부인

기사입력 1997년 04월 20일 17시 29분

유광석 외무부 아태국장은 20일 『황장엽씨가 망명을 신청할 당시 휴대했던 문서는 없었던 것으로 관계기관으로부터 확인했다』면서 「황장엽리스트」의 존재사실을 부인했다.
유국장은 이날 황씨의 도착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는 (필리핀 체류동안) 황씨의 신변안전과 심리적 안정, 건강유지에 최우선을 두고 황씨문제를 처리해왔다』면서 『정보를 얻기 위한 신문은 일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국장은 또 제3국 경유지로 필리핀이 결정된 것에 대해 『양국 정부간은 물론 양국 정상간에 개인적 신뢰관계도 쌓여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어떤 대가를 전제로 필리핀정부가 황씨를 보호해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유국장은 우리측이 중국측에 황씨에 대한 정치적 이용 금지를 약속했다는 설과 관련, 『한중 양국은 남북긴장을 초래하거나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공통인식을 갖고 있어서 특별한 약속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은 ▲황씨의 자유의사 실현 ▲관계국과의 이해및 신뢰증진 ▲남북관계에 악영향 차단 등 3가지 처리기준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가운데 처리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유국장과의 일문일답.

--중국측과 황씨 망명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나.
▲한국과 중국 양국은 이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서 남북긴장을 초래하거나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공통인식을 갖고 있어서 특별한약속을 할 필요가 없었다.

--황씨의 필리핀 경유와 관련해 중국측과 합의한 사항은.
▲중국측과 황씨가 북경을 출발하기 전에, 이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열기가식고난 후에 황씨가 로 들어가는 것이 한반도 안정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일치를 봐 체류기한에 대해 묵시적인 교감을 가지게 됐다. 교감을 가졌던 기간이 만료되고 상황이 진전돼 황씨가 에 도착한 것이다.

--제3국으로 필리핀이 결정된 배경은.
▲제3국측에 이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개입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할 때는 상당한 신뢰와 우호관계가 형성된 국가여야 한다. 한국과 필리핀은 긴밀한 우호관계를 갖고 있으며 특히 정부간은 물론 양국 정상간에 개인적 신뢰관계도 쌓여있어서 대상국가가 된 것이다. 필리핀 정부에서도 흔쾌하게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필리핀정부는 지역안정에 도움을 주게 됐으면 좋겠다면서 황씨에 대한 제반 보호와 편의를 제공했다.

--우리 정부가 필리핀에 제공한 대가는 무엇인가.
▲필리핀은 가까운 우방으로서 한국정부가 도와달라고 하니까 도와준 것이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다. 필리핀정부는 또 이번 사건처리를 도와주는 것이양국관계와 지역안정에 도움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황씨의 체류기간이 당초 2주에서 1개월로 연장된 이유는.
▲체류기간에 대해 여러가지가 논의됐으나 「2주」라고 결정했던 적은 없다. 필리핀도 민주주의 국가이다 보니까 정치권 일각, 특히 야당에서 사전에 상의없이 황씨를 접수했다는 점에 대해 정치적 공세를 벌일 움직임을 보여 필리핀 정부가 불편하게 여긴 적이 있었다. 라모스 대통령도 가급적 단기간내 체류하되 한국정부가 필요한 충분한 시간동안 체류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황씨 입국이 당초 18일보다 늦어진 이유는.
▲4월18일이 목표가 됐던 것은 사실이나 황씨의 입국시기에 대한 최종결정은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짓기로 했었다.

--필리핀 체류동안 우리 정부나 필리핀, 미국측이 황씨에 대해 조사했다는데.
▲황씨의 신변안전과 심리적 안정, 건강유지에 최우선을 두고 황씨 문제를 처리해왔다. 정보를 얻기 위한 신문은 일체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더군다나 필리핀이나 미국정부 등 제3국이 개입해 조사할 계제는 더욱 아니다.

--입국후 신변보호 및 조사계획은.
▲관계기관에서 보호하고 안정회복 하도록 한 후 본격적으로 조사하게 될 것이다.

--황씨가 북한에서 가져온 문서는 어떤 내용인가.
▲황씨가 망명을 신청할 당시 휴대했던 문서는 없었던 것으로 관계기관으로부터확인했다.

--이번 사건처리에 대한 평가는.
▲정부는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첫째, 황씨의 자유의사가 실현되도록국제법과 국제관례에 따라서 처리하고 둘째, 이번 사건을 통해 관계국과의 이해관계가 깊어지고 신뢰가 쌓이도록 처리하며 세째,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처리한다는 처리기준을 마련했다. 이런 기준에 비쳐볼 때 3가지 모두 달성했다고 본다.

--중국과의 교섭시 앞으로 유사사건에 대해 이번 사건을 선례로 적용키로 했나.
▲이번 사건을 앞으로 선례로 삼겠다, 삼지않겠다는 얘기는 없었다. 선례라는것은 유사한 처리 패턴이 쌓여가면 선례로서 구성돼 나가는 것 아닌가.

--북한측 태도에 대한 평가는.
▲북한은 초기에 납치를 주장하다가 5일만에 납치됐으며 용납하지 않을 것이나변절이라면 묵인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이후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간접적으로 중국을 통해 알아본 결과 초기보다 입장이 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북한은 이문제가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해 계속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