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독기'
기사입력 1997년 04월 18일 14시 25분
동양이 `독기오른 플라잉 피터팬' 을 앞세워 대반격전에 나섰다.
2,3차전의 연패로 자포자기 상태까지 이르렀던 동양은 17일 벌어진 4차전에서 극적으로 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승리 자체보다는 이 가라앉아 있던 팀분위기를 살리고 "한번 해보자"는 투혼에 불을 지른 것이 동양으로서는 더욱 큰 소득.
기아와의 4차전서 동양은 플레이오프 준결승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큰 위기상황을 맞았다.
35－25로 앞서가던 2쿼터 4분38초 주포 이 부상으로 이현주와 교체된 것.
기아 의 팔꿈치에 부딪혀 생긴 상처가 의의로 깊었기 때문이다.
동양측은 곧바로 을 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해 앰뷸런스를 불렀고 은 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코트를 빠져나갔다.
그러나 은 예상을 뒤엎고 3쿼터 시작과 동시에 소녀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코트에 다시 등장했다.
은 "팀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얼굴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며 "병원으로 가자"는 의사의 권고를 뿌리치고 응급조치를 요구한 것.
그리고 눈하나 까딱하지 않고 3바늘을 꿰매는 응급조치를 받아냈다.
의 `독기'에 자극을 받은 동양선수들은 3쿼터부터 몸을 던지는 파이팅으로 이에 화답했고 역시 3,4쿼터에서만 17득점을 올리는 투혼속에 이날 팀내 최고인 26득점을 터뜨렸다.
동양 박광호 감독은 "나이가 어린 우리 팀은 한번 사기가 떨어지면 플레이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사기가 오르기 시작하면 엄청난 잠재력이 폭발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한번 상승세를 탔기 때문에 이젠 기아와 충분히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