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개막전 단골' 괴로운 현대
기사입력 1997년 04월 18일 14시 11분
이제는 고적대의 나팔 소리만 들려도 치가 떨린다. 현대가 사상 처음으로 `3연속 개막전'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첫번째는 지난 12일 인천 홈 개막전. 작년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인 까닭에 작년 6위 삼성을 불러들여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30인조 현대무용단의 공연 등 풍성한 볼거리에다 경기까지 9대0으로 이겨 최고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축하 팡파르가 고달픈 일정을 알리는 신호였을 줄이야. 15일 부산에서는 1시간30분 동안이나 덕아웃에 앉아 롯데 개막행사를 물끄러미 지켜봤다. 마지막으로 18일 잠실 OB 개막전. 선수단은 이제 `개막전 전문가'다. "치어쇼는 인천이 가장 멋있었던 것 같아." "저기 에어로빅 팀은 손발이 안맞는구먼." 감독도 기분이 묘하다. 인천 개막식때 인천시장, 부산에서는 롯데 김인환사장, 잠실에서는 치어걸로부터 화환을 건네받으며 관중들의 환호에 번번이 손들어 답했다. "연예인이 된 것 같아요." 현대는 3연속 개막전이 심리적인 효과 말고도 전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개막식 행사관계로 훈련시간을 1시간 앞당겨 수면이 모자라다는 말부터 심지어는 톱타자 가 부산과 잠실에서 시구를 받아주느라 헛스윙을 2번이나 더 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상대팀 에이스와 맞붙는다는 것. 롯데와 OB는 홈개막전에서 어떻게 해서든 승리를 거두려고 에이스를 줄줄이 대기시켜놨다. 15일 롯데 에 이어 18일 OB 이 선발이라는 것을 확인한 현대선수단의 입에서는 "또 개막전이야"라는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