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정치음모 (10)
기사입력 1997년 04월 18일 13시 57분
밤 11시 캄캄한 밤을 이용해 거물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리고 이 거물은 장혜정의 인생을 바꿔놓을 마술의 사나이가 될 지도 모른다. 샤워를 하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은 탄력이 있고, 균형도 잘 잡혀 있다. 탐스러운 젖가슴과 엉덩이는 사내를 숨막히게 만들 것이다. "오늘 한 녀석 죽어 나가겠군." 그렇다. 오늘밤 최선을 다해야 한다. 허실장이 출세해야 자신의 인생도 바뀔 것이며, 그를 출세시키기 위해서는 죽는 일 빼놓고 무엇이든 다 해야 한다. 사람들이 고급창녀라고 불러도 좋다. 돈 3천만원 때문에 오빠에게 당한 모멸은 죽어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천만다행으로 신은 돈을 주지 않은 대신 이 뇌쇄적인 몸을 주었다. 공부는 아예 취미가 없어 학창시절엔 연예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여고 3학년 때 대학 다니던 오빠 친구에게 사랑을 주었고, 그리고 대학 진학이 좌절되었다. 이제는 돈이 꿈의 모두가 되었다. "그래. 돈이 최고야. 허실장 생각은 대단히 멋져. 아까울 거 없어. 어차피 몸은 버린년이니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스스로 황홀감에 빠져 있었다. 정계, 재계, 금융계 황제들이 이 아파트를 드나들며 짧은 쾌락을 즐기겠지만 그러나 그들은 평생 발목이 잡혀 허우적거릴 것이다. 허실장은 하고 싶은 일 다하며 세상을 살아갈 것이고, 자신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사치를 즐길 것이다. "딩동 딩동." 차임벨이 울렸다. 장혜정은 갈색 팬티와 브래지어만 걸치고 가운으로 몸을 가린 다음 문을 열었다. 키가 크고 잘생긴 40대 후반의 남자가 문을 비죽이 열며 얼굴을 내밀었다. "저…, 장혜정씨 맞죠. …허사장님이." "어머. 뭘 주저하세요." 사내의 팔뚝을 잡아채 안으로 끌어들였다. 향기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여인의 모습에 사내는 완전히 넋을 잃었다. 장혜정이 양주와 안주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사내는 서먹서먹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허…사장이… 놀러 오라고 해서…." "아따. 뭘 부끄러워 하세요. 급한 일이 있으셔서 조금전에 가셨어요." "글쎄…. 전… 여기…." 장혜정이 웃으며 글라스에 술을 따라 부었다. 핑크빛 양주가 샹들리에 불빛에 반사되어 선정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꿀꺽. 남자가 침을 삼켰다. "제 오빠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네！ 그럼, 허사장 여동생…." "친오빠는 아니에요. 절 키워준 오빠죠. 그런건 신경쓰지 마세요." 양주를 몇 잔 들이켰고 사내도 기분이 좋아졌다. 오디오에서 잔잔한 블루스가 흘러 나왔고, 장혜정은 남자를 일으켜 세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저 이뻐요?" "그럼. 이름이… 뭐라고 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