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김일환 8단 ●황원준 8단
기사입력 1997년 04월 18일 13시 43분
판이 거듭될수록 기풍은 다듬어지고 만들어진다.
이런 이미지메이킹을 통해 프로들의 기풍은 객관화된다.
따라서 모 기사하면 그 기사의 기풍이 생각나고 그 기풍에서 풍기는 이미지에서 그 기사의 외모나 내적인 면까지 연상된다.
그런데 기풍과 인품은 일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판의 황 8단의 경우엔 기풍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그의 외모나 인품과 거의 맞아떨어지는 경우.
황 9단의 기풍은 전에 언급했듯이 황소의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뚜벅뚜벅'스타일.
그러나 김 8단의 경우엔 상반된다.
전투바둑이라면 둘째라면 서러울 김 8단이건만 그의 외모는 결코 터프한 점을 찾을 수 없고 인품 또한 소박하고 조용하기만 하다.
대부분 기사들의 기풍과 인품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각설하고 반면을 보자.
백 80은 반상 최대의 곳.
이 곳은 자체의 삶도 큰 곳이지만 우하 흑 일단 전체의 안위를 간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그것은 백이 86으로 들여다봤을 때 느껴진다.
당연히 90의 곳에 잇고 싶지만 황 8단은 고민한다.
신중하기로 소문난 황 8단이 우려한 것이 .
즉 흑 1로 이으면 백 2．4가 예상된다.
그러면 우하 흑 일단(▲)은 A와 B등 약점이 노출되고 뭔가 허하고 엷다.
그래서 90의 곳 끊김에 버금가는 곳 흑 87．89로 넘어가며 백 90을 허용했다. 이래서는 실리차가 약간 더 벌어진 느낌. 그러나 저러나 흑은 특유의 `뚜벅뚜벅'스타일로 91 이하 차근차근 따라 붙고 있다. 수순 중 흑 97은 노림수를 간직한 수. 과연 어떤 노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