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감독님 올라오지 마세요
기사입력 1997년 04월 17일 14시 52분
"감독님, 올라오지 마세요." 말마따나 코칭스태프가 투수에게 홈런을 맞으라고 지시했을까. 지난 15일 부산 현대－롯데전 6회말 롯데 공격 2사 2루 4번 타석. 현대 하기룡 투수코치는 타임을 요청한 뒤 선발 의 어깨를 두드렸다. "장타를 조심해라." 이 작년 마지막 롯데전에서 에게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를 맞은데다 투구수가 80개에 육박해 구위도 떨어졌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코치는 벤치로 돌아와 제자리에 앉으려는 참에 "딱"하는 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라운드를 쳐다보니 의 타구가 새까맣게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고 있었다. 16일 롯데전도 마찬가지였다. 2－2 동점이던 5회말 롯데 공격 2사 만루. 2번째 투수 박정현이 4구 2개를 내주며 흔들리자 이번엔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걸어나갔다. "낮은 공을 던져 장타를 피해야 한다." 이번에도 역시 감독이 자리에 돌아와 앉기도 전에 일이 터졌다. 초구에 높은 공을 던져 6번 에게 싹쓸이 중월 3루타를 맞고 3실점. 올시즌 현대 코칭스태프가 투수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러 마운드에 올라간 두번이 모두 이런 식으로 끝났다. 그러자 현대 투수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 아예 징크스로 굳어질까 하는 염려 때문. 진짜 속타는 쪽은 코칭스태프. 김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위기를 풀어나갈 능력을 길러야 한다. 올시즌에는 웬만하면 마운드에 올라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예방주사 맞고 아예 입원해 버리는' 상황이 두번 연속 나오자 두손을 들었다. "그렇다고 나갈 타이밍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잖느냐"는 김감독은 "역시 야구는 묘한 운동"이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