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ML메시지] '신화적 투수' 쿠팩스의 개인교습
기사입력 1997년 04월 15일 14시 50분
에서 유명했던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을 만날 때마다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놀란 라이언 투수도 직접 만나보고 의 대 스타들과 직접 맞대결을 벌이거나 만나 악수를 나눌 기회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하늘에 오른 기분이 들 정도다. 그중에도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불멸의 스타는 샌디 쿠팩스씨다. 60년대 의 에이스였던 좌완 쿠팩스씨는 사이영상 3번, 노히트 노런 4번, 5년 연속 방어율왕, 명예의 전당 헌액 등 투수로서는 최고의 영예를 모두 누린 신화적인 선수였다. 165승에 빛나는 쿠팩스씨는 매년 의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가해 개인 자격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나에게는 둘도 없는 스승이 됐다. 항상 나에게 각별한 신경을 써주어 고맙기 그지 없는 쿠팩스씨는 특히 올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는 내가 일대 변신을 하는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신사로 유명한 쿠팩스씨는 사진 찍기나 인터뷰를 아주 싫어하는 특이한 인물이기도하다. 그는 내가 불펜 피칭을 하거나 마운드에 오르면 어느새 나타나 나의 투구를 지켜보면서 잘못된 점을 수정해주고, 잘하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 와서 밝히지만 개인 교습도 몇번 받았다. 아무도 없는 마이너리그 훈련장으로 나를 불러 투구 동작과 공을 뿌리는 포인트 등을 설명해주던 그 분의 진지함은 감동적이었다. 내가 홈 플레이트를 들고 가면 "너는 앞으로 할 일이 많은데 힘들면 안된다"며 직접 본인이 홈플레이트를 들고 가기도 했다. 그분의 자세 수정으로 나는 바깥쪽 투구의 컨트롤에 자신이 생겼고, 왼손 타자들도 겁내지 않게됐다. 기술적인면 뿐만 아니라 투수로서의 자세와 마음 가짐 등도 많은 지도를 받았다. 포수와의 문제점, 볼배합의 묘미, 그리고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까지 그분은 자세히 설명해주고 나의 고충들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쿠팩스씨가 나에게 전해준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신있게 하고, 기회를 놓치지 말라." 그보다 중요한 것은 "투수는 야구의 핵이다. 너의 손에서 공이 떠나지 않으면 경기는 진행되지 않는다"라며 주인 의식을 일깨워주었다. 그렇다. 내가 공을 던지지 않으면 경기는 진행되지 않으며, 내가 어떤 공을 던지느냐에 따라 경기의 향방이 정해진다. 자신있고 과감하게 97년 시즌을 주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