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의태양] 94 '칸' 그랑프리 국내개봉
기사입력 1997년 04월 15일 14시 46분
94년도 칸영화제의 그랑프리와 95년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등 양 대륙의 대표적인 영화제를 석권했던 러시아영화 `위선의 태양'(Burnt by The Sun)이 3년만에 국내에서 공개된다.(19일 피카소극장) `위선의…'는 구 소련영화의 70년대 세대의 기수로 불려지는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의 명성을 확인시켜준 대작. 서정적인 영상과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력 등 니키타 미할코프 특유의 영화적 특징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1930년대 스탈린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위선의…'는 얼핏 정적 숙청과 강제 노동 등 스탈린 독재 치하의 험한 파고를 내비치거나 붉은 혁명 등의 이데올로기와 역사를 강변하는 듯 보이기도 하는 게 사실. 그러나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은 혁명영웅 세르게이(니키타 미할코프)와 그의 지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아내 마로샤(잉게보르가 다코나이테),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아내의 옛 연인 드리트리(올렉 멘치코프)등 세 인물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통해 피로 물든 시대에도 존재하는 인간의 생존에 대한 의지와 정열, 사랑을 그려내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외형적 틀은 탐정영화와 멜로영화, 희극과 비극을 한데 버무린 듯한 형식을 취하고 있어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도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30년대 유행했던 러시아 탱고 선율도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영화의 맛을 더해주는 요인.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의 영화적 열정은 또한 `위선의…'의 제작및 각본과 감독, 주연 등 1인 4역을 맡은 것외에 자신의 친딸 나디아까지 영화에 출연시킨 데서도 잘 나타나 있다. 주인공 세르게이가 비밀경찰에 의해 체포되기 직전 강가에서 딸 나디아와 함께 평화롭게 뱃놀이를 하는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될 명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