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침대 밑에서 웬 남자 목소리가
기사입력 1997년 04월 15일 14시 45분
청문회의 계절이런가. 청문횐지 `척문회(斥聞會)'인지에서 날카로운 비수같은 질문을 던지면, 받는 사람은 더 뾰족한 바늘같은 거짓 답변으로 예봉을 피한다. 불교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을 가장 콘 죄로 여기는데 생전에 거짓말하기를 취미 특기로 삼았던 사람에게는 아주 혹독한 벌을 내린다. 거짓말꾼이 저승에 오면 당연히 대규환지옥에 보내는데 지옥으로만 가는게 아니고 보너스로 벌겋게 달아 오른 쇠집게로 혓바닥을 뽑히는 형이 주어진다. 안 당해 본 사람들은 모르는데 진짜 너무 아파서 말이 안 나온다. 필자더러 `네가 죽어 봤느냐? 언제 지옥에 가 봤다고 거짓말이냐！'고 따지실 분이 분명히 계실 것이다. 그래서 근거를 제시하겠다. 나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지옥엘 다녀 오거든. 버스 지하철 등 `교통지옥'말이야. `입시지옥'엔 전에 다녀 왔지. 농담 아니고 진짜 근거를 대자면 `거짓말을 하면 불쇠집게의 벌을 받는다'는 말이 성경 마태복음 28장 21절에 나와 있다. 눈치 빠른 사람은 내가 또 거짓말을 했다며 아예 성경을 들추지도 않겠지만 여러분은 두번 속으셨다. 불교 이야기가 기독교 성서에 나와 있을리 만무며 또 마태복음은 28장 20절에서 끝난다. 아무리 뒤져 봐도 21절은 없다. 그러나 거짓말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옛날엔 `용은'이라 해서 윤리나 도덕을 위해서 하는 거짓말은 용서해 줬으며 지금도 `거짓말이 사촌보다 낫다'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욕'(그 일말야)을 당할 때 `등에 돌이 있어서 너무 아프니 장소를 옮깁시다'라든가 강도에게 `지금은 돈이 없으니 통장 번호를 적어 두고 가시면 꼭 부쳐 드리지요'라는 말, 위중한 병이 있으신 노인에게 `별 병이 아니랍니다. 더 사실 수 있습니다'라는 말들도 `용은'을 충분히 받는 거짓말이리라.
거짓말을 영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 남편은 수상한 아내의 나쁜짓 하는 현장을 잡기 위해 대낮에 집을 덮쳤다. 아내가 의복을 상당히 생략한 채 침대에 누워있지 않은가. 그리고 머리맡에는 담뱃갑이 놓여 있었다. "당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잖아? 이 거 어디서 난 담배야? 바른대로 말하지 못해！" 아내가 파랗게 질려 있는데 침대 밑에서 어떤 남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광화문 한 가게서 산 담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