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풍렬] 세계각국 풍물 화폭에 담아
기사입력 1997년 04월 15일 14시 44분
"평면 회화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작품의 질과 기본보다는 아이디어와 이슈, 논리로 승부하려는 난해한 추상화, 설치미술 등이 판을 치는 만큼, 기본기가 탄탄한 진실된 그림을 내놓고자 했습니다."
16일부터 22일까지 공평아트센터 전관(733_9512)에서 `풍물, 그 삶의 이야기'전을 갖는 중견한국화가 한풍렬씨(55．교수).
`한국화의 현대적 계승'을 위해 서양화와 한국화,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드는 다양한 실험을 모색해온 그.
이번 전시에는 누구나 손쉽게 이해하고 느낄수 있는 독창적인 구상 풍물화 40여점을 내놓는다. 아울러 지난 10년간 해온 추상 계열의 `흔적'연작 10여점도 함께 출품한다.
풍물화에는 세계각지의 풍물과 문화에 매료돼 떠돈 20년간의 행적이 담겼다.
수채화같기도 유화같기도 하면서 포근한 느낌을 주는 그의 작품들은 미국 국회의사당을 비롯, 파리, , 프라하, 인스부르크, 취리히 등지의 풍물과 삶을
탄탄한 뎃상, 색채의 조화, 현대적 조형미와 맑고 부드러운 동양적 서정성, 독특한 마티에르로 형상화했다.
그의 작품은 조갯가루를 썼기에 특별함이 더하다.
작가가 수산시장에서 포대자루로 사와 직접 말리고 빻고 열처리해서 만든다는 고운 조개가루는, 캔버스 위에 입혀진후 그위에 칠해지는 다양한 그림에 깊이 있는 표현과 질감, 신비감마저 감도는 색채조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외 한국화의 먹과 모필 등에 서양의 아크릴물감, 붓, 나이프, 캔버스 등을 사용한 것이나, 동서양화의 테크닉, 조형기법을 고루 수용한 것도 그의 작품을 차별화시킨다.
기름 보다는 물을 매체로 하는 것이 정서에 맞아 대학원에서 동양화로 전공을 바꾼 그는, "현대적 미감을 위해 한국화에 서양화의 조형기법과 재료 등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그림' 앞에 장르간의 벽이 우선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 추상화 `흔적' 연작을 포함시킨 것도 기존의 장르구분에 대한 무언의 항변이기도 하다.
"같은 10호 작품이라도 색채 조화, 선의 맛을 살린 구상작업이 추상작업보다 한결 더 힘든 것을 새삼 느꼈다"는 그는 대작을 선호하는 미술계에 보란듯이 크지 않은 작품만 준비했다.
30대초반에 패션디자이너, 만화가 등 이색적인 직업도 넘봤던 화단의 풍류남. 그는 50대에는 뭔가 해낼수있을 것 같다는 `50대 예찬론'도 잊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