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거짓말도 머리가 좋아야
기사입력 1997년 04월 14일 13시 54분
뭐든 택일이 좋아야 하는데 청문회에서 진실을 못 찾고, 듣는 것이 죄다 거짓말뿐인 것은 순전히 `때'가 나빴다는 생각이다. 왜 나머지 11달 놔두고 하필이면 4월이냐구！ 아다시피 4월은 공식적으로 거짓말을 해도 좋다는 로마교황청의 승인이 있는 `만우절'로 시작되는 달 아닌가. 4월 1일 지난지가 한참 됐는데도 증인들이 거짓말을 누에 실 뽑듯 줄줄이 해대는 것은 4월 내내 남을 속여도 된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왜 4월을 `에이프릴 풀', 다시 말해서 바보라고 하는 걸까…? 아침에 우중충하던 날씨가 오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해지는 변덕을 부리는 바람에 `오전에 비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그런다. 프랑스 사람들도 4월을 `프와종 다브릴'이라 부르는 걸 들었는데 지구상의 모든 언어를 섭렵한(에헴！) 필자의 실력으로 해석해 보면 `4월의 얼간망둥어'라는 뜻이 된다. 암튼 사람들은 4월이면 멍청해져서 지금 하는 소리가 거짓말인지 참말인지도 모르고 귀에 들리는 저 소리가 진짠지 아닌지 구분이 잘 안된다고 한다. 한 대기업서 젊은 직장인들이 상투적으로 하는 거짓말 베스트 5를 선정했는데 빈도가 높은 것은 역시 아내에게 하는 외박의 변이었다. 단골 소재가 상사의 부모 중 누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용의주도한 남편들은 이런 식으로 빠져 나간다. 아내:증인은 지금이 오후 7신줄 아나요? 지금은 다음 날 오전 7시예요. 남편:의원께서는 내가 어젯밤에 어디서 잤느냐고 물으시는거죠? 아내:증인의 상사중 부모의 상이 있었다고 얘기하려고 그러죠? 남편:우리 부장님 아버지가…. 아내:88올림픽 다음 해에 이미 돌아가셨잖아요?！ 남편:그러니까 부장님 아버지 말고 어머니가…. 아내:증인！ 어머니도 이미 작년에 써 먹었잖아요? 남편:부장님 어머니 맞다구！ 아내:(책상 치며) 증인！ 한 번 죽은 사람을 두 번씩이나 죽일 참이우?！！ 남편:부장님 아버지는 실력이 좋으셔서 흔히 세컨드라고 하는 둘째 부인을 두셨었데. 그분 역시 부장님 어머님이시잖아? 에이, 거지같은 거지말 아니 거짓말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