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그들만의 리그 (5)
기사입력 1997년 04월 13일 14시 53분
싸움을 먼저 건 쪽은 맘모스였다. 터줏대감 맘모스는 4천여평짜리 곰의 나라를 보자 자신의 영역이 그만큼 넓어진 것으로 알고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다. 그러나 공원, 곰보살 등 처음 보는 `덩치'들이 나타나자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싸움을 걸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물론 공원이나 곰보살이 자신보다 작기는 했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도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게 뻔했다. 게다가 헤비급끼리의 대결인 만큼 잘못하면 먼저 쓰러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래서 상대에게 알아서 기라는 뜻으로 바위를 흔드는 등 겁을 준 것이었다. 한데 상대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 맘모스가 바위를 흔들자 곰보살은 고목을 뿌리째 뽑으려고 용을 쓰고, 공원은 관람객 버스를 미는 게 아닌가. 물론 나무가 뽑히지도 않았고, 버스가 전복된 것은 아니지만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남은 방법은 실력행사에 의한 정면돌파 뿐이었다. 때마침 저쪽 구석에서 시커먼스에 얻어맞은 색시가 비명을 지르자 사파리 분위기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맘모스는 곰보살과 공원 가운데 덩치가 비교적 적은 곰보살을 첫번째 목표로 찍었다. 맘모스는 나무 밑에서 여전히 낑낑거리고 있는 곰보살에 다가가 목덜미를 앞발로 내리쳤다. 곰의 생김새는 우둔해보이지만 앞발 공격은 매우 빠르고 위력적이다. 냇가에서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아챌 만큼 빠른가 하면 웬만한 짐승은 한방에 쓰러뜨릴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다. 호랑이 사파리의 호돌이가 곰 사파리에 들어왔을 때 혼비백산해서 도망친 것은 곰의 엄청난 덩치에 놀라기도 했지만 평소 철창을 통해 앞발을 휘두르는 모습을 봐온 까닭이었다. 물론 본격적으로 곰과 호랑이가 싸운다면 스피드에서 훨씬 앞서는 호랑이가 이기겠지만 아무리 호랑이라도 곰의 앞발 휘두르기에 걸린다면 치명상을 입을 게 분명했다. 엉겁결에 뒷덜미를 맞은 곰보살은 곧 정신을 차리고 반격을 시작했다. 곰 사파리의 챔피언 결정전이 시작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