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리고 아웅식] 상품 인기
기사입력 1997년 04월 11일 16시 34분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한보국정조사특위 증인들이 변명과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눈가리고 아웅식'의 상품들이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거짓과 속임수가 판치는 세상을 풍자하듯 실제 용도를 숨긴 눈속임 상품들이 속속 개발돼 나오고 있는 것. 백화점 선물용품 매장이나 일반 팬시매장을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는 `눈가리고 아웅식' 상품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 양장본, 코카콜라캔, 사이다캔, 달걀, 원형 마이크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 깜찍하고 예쁜 겉모습으로 언뜻 장식용품처럼 느껴지나 모두가 특별한 용도를 가진 실용품이다. 햄릿 양장본 3권을 쌓아놓은 것 같은 제품은 알고보면 담배 케이스와 라이터. 빨간 콜라캔과 사이다캔의 정체는 각각 카세트 레코더와 카메라다. 톡 터뜨리면 노른자가 나올 것 같은 달걀의 본체는 양초, 원형 마이크는 알고보면 스피커 달린 라디오. 이밖에 돼지들이 탄 해적선과 장난감이 담겨 있는 가방은 언뜻 어린이 장식품 같지만 한꺼풀 두꺼풀 벗겨보면 메모지와 자, 볼펜2개, 연필깎기, 줄자, 저금통, 클립 집게, 스카치테이프, 풀, 스템프 등이 들어있는 만능문구세트. 겉모습만 보면 점잖은 열쇠고리이나 플라스틱 뚜껑을 열면 일자, 십자 드라이버 4개가 들어있는 공구세트도 있다. 가격은 햄릿 양장본 담배케이스는 1만9천800원, 코크 카세트는 4만7천900원, 캔 카메라는 6천200원, 원형 안테나 라디오는 5만8천800원, 달걀초는 1천200∼2천500원, 장식품 만능문구세트는 2만1천500원, 공구 열쇠고리는 3천원 등. 시중에 나돌고 있는 이들 눈가리고 아웅식 상품들은 그러나 대부분 수입품 일색으로 독일 오퍼만사에서 제작한 것이다. 지난 3월부터 눈가리고 아웅식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서울 명동 메트로미도파의 기프트프라자 담당 신규식씨（30）는 "독일에서는 재치와 유머가 번뜩이는 상품으로 개발된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검은 속을 숨긴 음흉한 상품인 것처럼 인식돼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