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팬 외면받는 출마책자 왜 만드나
기사입력 1997년 04월 11일 16시 32분
"공짜라도 싫다." 마사회가 올해부터 책자로 바꿔 무료로 배포하는 출마책자가 경마팬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과천경마장과 21개 장외발매소에서 출마책자를 나눠주는 100여 안내데스크에 따르면, 출마책자의 60∼70％정도만 팬들에게 전달되고 나머지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는 것. 특히 과천경마장 6층 일반실의 경우 하루에 90권들이 묶음 3뭉치씩을 쌓아놓지만, 한 뭉치만 배포되고 나머지 2뭉치는 통째로 버려지고 있다는 게 마사회 관계자들의 말이다. 출마책자의 제작비는 권당 275원선. 전체 발행부수의 70％가 배포된다 해도 하루 170만원씩 지난 석 달여 동안 4천만원 어치는 팬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채 쓰레기통으로 직행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1억6천만원에 달하는 예산이 낭비될 전망이다. 출마책자가 팬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경마팬들이 예상지를 통해 베팅정보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지에 경주마의 성적은 물론 조교상태와 예상마번까지 나와 있는데 성적과 최고기록 등 기초적인 정보만 적혀 있는 출마책자를 또 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출마책자의 활자는 신문활자의 3분의 1밖에 안돼 돋보기를 써야 보일 정도인데다 기록에 오자나 탈자가 많아 신뢰성을 잃은 지 오래다. 경마팬 박종기씨（34．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출마책자에서 쓸만한 정보를 얻은 적은 한번도 없다"며 "책자를 만들기 전에 경마팬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어떤 출마표를 원하는지를 물어봤더라면 이같은 낭비는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마사회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출마책자 발행을 중단하거나 발행부수를 대폭 줄일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출마책자 인쇄업자와 5억4천200만원에 계약했는데 계약기간이 올 연말까지여서 중도 해약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