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명] 지난시절 그리움-추억 되새겨
기사입력 1997년 04월 11일 14시 33분
중견수필가 변해명(57．인천 부평서여중 교장)의 다섯번째 수필집 `다가오는 목소리'(시대문학 간). "살면서, 버리고 돌아선,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을 되건지기 위해 글을 썼다. 더러는 그리운 이의 모습은 물론 목소리까지도 담고 싶었다." －좁은 황토길. 그 길도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목적지를 가지고 그 길로 떠났고 또 그길로 돌아왔다. 어느날은 꽃상여가 구슬픈 가락에 밀려 그 길로 멀어져 가기도 했다.－ 변해명은 어휘를 아낀다. 그러면서도 막힘없이 흐르는, 또한 깊이를 같이한 미문(美文)이다. 75년.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추천으로 수필에 매달리기 시작, 어느덧 20여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변해명은 언제나 신인처럼 `수필에 대한 두려움'으로 늘상 떨고 있다. "밖에서는 밤비둘기, 부엉새가 울고 울타리를 흔드는 바람소리, 문풍지 울음소리…. 등잔 밑에 앉아 질화로에 잿불을 토닥이면 겨울밤은 우물속처럼 깊어만 갔다. 그런 기억의 향수로 등잔불을 켜보고 싶다." 문학소녀기의 변해명은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에 빠졌다. 주인공 아리사는 우상이었다. 펠리니 감독의 `길'도 몸살나게 좋아했다. 절망뿐인 삶의 여정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팔을 부는 제로소미나에게서 삶을 느꼈다. 꽃상여가 논둑길로 멀어져 가던날. 강물도 상여소리에 젖어 있었다. 그 소리가 무서워 변해명은 강물에 돌을 던졌다. "나는 이따금씩 소말리아 등의 굶주린 어린이들의 모습을 TV를 통해 본다. 그럴때면 까맣게 잊고 살았던 6．25전쟁이 되살아 난다. 그땐 칡뿌리로, 도토리로, 나물로 연명했다. 아카시아 향기조차도 화약냄새로 기억되는…. 피골이 상접한 그 아이들은 무슨 죄를 지었는가?" 변해명은 지금도 마음이 시끌해지면 강가로 간다. 강줄기에는 수많은 신화가 잠겨 있다. 흘러간 시간, 잃어버린 시간, 잊어버린 시간들을 기억해 내려 한다. 그리곤 강물소리를 듣는다. `나는 지금 내강줄기 어디 만큼 서 있는 것일까?' 변해명. 서울대 사대 졸업. 수필가. 수필집 `정바라기' `외로운 영혼에 불을 밝히고' `그리운 곳의 빈자리'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