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엠] 푸치니 오페라 우리현실에 맞게 바꿨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10일 14시 31분
1980년대 어느 한겨울. 신촌의 허름한 다락방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세들어 산다. 그들은 시린 손을 비비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쓴다. 갑자기, 광주 출신의 책방 점원이 시위진압대를 피해 다락방으로 뛰어든다. 시인은 80년 당시 계엄군으로 그곳에 있었다. 백혈병에 걸린 책방점원과 가난한 시인 사이엔 사랑이 싹트고…. 푸치니의 걸작오페라 `라보엠'을 한국식으로 변형시킨 `서울 라보엠'이 11∼14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서울오페라앙상블（대표 장수동）이 `우리의 얼굴을 한 오페라 시리즈' 첫번째 무대로 마련한 이번 작품은 무대를 파리에서 80년대 서울 신촌으로 옮기고 등장인물도 `미미'는 `하영'으로, `로돌포'는 `한솔'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바꾸어 선보인다. 소극장 오페라운동에 열심인 장수동씨가 번안, 연출을 맡은 `서울 라보엠'은 `5월 광주'라는 공통의 상처를 가진 두 젊은이가 사랑을 통해 화해한다는 주제에 걸맞게 부제도 `신촌지앤느의 사랑의 노래'로 붙였다. 하지만 음악은 가사만 우리말로 붙이고 곡은 푸치니의 원작 그대로 사용한다. `서울 라보엠'의 또다른 특징은 국내 최초로 `영상오페라'를 시도한다는 점. 2막 카페장면과 3막 한솔의 아리아에서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영상 자료를 보여줌으로써 생생한 현실감과 함께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 일반인들도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오케스트라 대신 소규모의 체임버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목관과 금관을 맡을 엘렉톤 2대를 사용해 제작비를 7천5백만원으로 대폭 줄인 점도 주목을 끈다. 출연진은 하영역에 박연희 최인애, 한솔역에 이현 장보철 등 주목받는 신인 성악가들. 서울오페라앙상블 체임버오케스트라 협연. 지휘 김홍식.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 7시30분, 일요일 오후 5시. （02） 574-87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