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정치음모 (2)
기사입력 1997년 04월 10일 14시 30분
K의 측근 장국장.
지난 대선 당시 K 밑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인물.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장국장이라고 부른다.
자신들의 계보인 한의원이 보낸 사람이라면 만나 보아야 한다. 그리고 문제의 허원행이라는 사람은 다음날 아침 10시에 찾아왔다.
서른 두세살쯤 되어 보이는데 체격이 건장하고 성격이 활달해 보였다.
손에 007가방을 잔뜩 움켜쥔 이 사내가 김국장 앞 의자에 인사도 없이 털썩 주저 앉았다.
"날 보자고 한게 당신이오?"
"그렇습니다. 나는 명동 사채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죠. 허실장 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용건이 뭐요."
"허의원이 말하지 않던가요?… 아 그렇지 용건은 그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허허허… 어 허허허…."
그가 갑자기 너털웃음을 웃어댔다.
"당신, 여기가 장난치고 노는데 인줄 아시오. 용건 없으면 돌아가시고."
"용건이야 있죠. 아주 중요한… 바로 K의 문제니까… 그건 그렇고."
"?"
"요즈음 시중에 떠도는 우스개 얘기 하나 들려드릴까요. 사창가（私娼街）얘긴데 혹 아세요?"
"도대체 날 찾아온 용건이 뭐요?"
"제 말씀부터 들어보세요. 그래야 서두가 풀리니까. …사창가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누군줄 아세요? 사정은 하고 돈은 안주는 사람이래요.
그 다음이 올라오기는 하는데 자꾸 그냥 내려가는 사람, 그다음이 뭘 할 생각은 안하고 남의 방안만 기웃거리는 사람이래요.
맨 마지막은 자기는 안들어가고 남의 등만 밀면서 좋으니 빨리 들어가쇼라고 하는 사람이라나요."
"허허… 그런 말이 있습니까. 그런데요." 장국장도 어이 없다는듯 너털웃음을 웃어댔다."
허실장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가 대통령이 될때 을 밟고 일어섰습니다. 6．29선언이 그거죠. 현 정권은 돈에 대한 결벽증과 완전한 문민정부를 앞세워 와 차별화시켜 국민들에게 어필시켰습니다."
"……."
"지금은 경제가 나쁩니다. 정치에 대한 평도 안좋구요. 그렇다고 차기 대통령 안뽑을 수는 없는거 아닙니까."
"말씀 하십시오."
장국장의 태도가 한결 정중해졌다.
"또 야당한테 정권 내 주어서도 안되는거 아닙니까. 잘 들으세요. 민주계에 정권 덥석 내줘도 안됩니다. 씨 당하고 씨 당하는거 잘 아시잖아요. 지금 누굴 믿습니까.."
"네！ 당신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