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효창구장 보수지시

기사입력 1997년 04월 08일 15시 11분


◇…촉촉한 봄비와 함께 프로 그라운드에 활력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무득점 경기, 무승부 경기가 잇따르면서 흥미가 반감됐던 시즌 초반과는 달리 지난주에는 10경기서 무려 35골이 터지는 불꽃승부가 펼쳐졌습니다. 화끈한 승부들 뒤에 숨겨진 얘기들을 들어 볼까요. ◇…지난 6일 대전 공설운동장에서 벌어진 대전과 LG의 경기는 신임 감독간의 승부인데다 양 팀 모두 첫 승을 노렸던 만큼 많은 관심을 끌었었는데 결국 2대2로 비기고 말았지요. 양 감독은 물론 팀 관계자들의 침통해 하는 표정이 눈에 선한데 어땠습니까. ◇…지난해 12월 감독취임 후 1승도 올리지 못한 LG 박병주 감독이나 창단감독으로서 역시 첫 승에 목말라 있던 대전 김기복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만큼은 기어코 첫 승을 따내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경기에 임했으나 무승부가 연출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습니다. 김기복 감독은 2－1로 앞서 있다가 종료 2분전 동점골을 얻어맞자 믿기지 않는 듯 종료휘슬이 울린 후에도 혼자 벤치에 남아 5분여간 허공을 응시하며 아쉬움을 곱씹더군요. 평소 입가에 늘 웃음을 머금고있는 박병주 감독도 한동안 말을 잃은 채 첫 승을 놓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본부석에서 경기를 관전하던 대전 강영구 단장은 전반 24분 차귀현의 선제포로 1－0으로 리드를 잡은 이후 초조한 듯 LG가 슛을 쏠 때마다 의자에서 일어나다 뒤로 넘어질뻔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선 또 배번이 같은 양팀 선수들이 차례로 골을 넣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반 24분 대전의 11번 차귀현이 선제골을 넣자 15분 뒤 LG의 11번 이 동점골을 터트렸고, 후반 30분 대전 10번 정성천이 2호골을 엮어내자 종료 2분전 LG 10번 김대성이 이에 응수했던 거죠. 이 광경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며 무척 신기해 하더군요. ◇…전북구단은 의 계약문제를 여태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구단은 계약에 `자유이적'의 조건을 붙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은 여전히 이 조항을 붙여야 계약을 하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팀은 3무2패로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최만희 감독은 중간에서 한숨만 내쉬고 있습니다. 특히 의 몫인 골 결정력의 부재로 경기를 버리고 있으니 더욱 그런 모양입니다. ◇…요즘 수원 삼성의 `러시아 용병' 데니스（20）의 실업경기 투입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은데요. ◇…그렇습니다. 데니스와 실업축구연맹이 오는 10일 개막되는 97한국춘계실업연맹전을 앞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실업연맹측은 삼성 2군으로 출전하는 데니스에 대해 `실업무대에 뛰는 최초의 외국선수'라며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반해 정작 당사자는 대회 출전에 대해 영 못마땅해 하고 있는 것이지요. ◇…데니스가 실업대회를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간단합니다. 2군으로 추락한 데 대한 상처받은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실은 `살인적인' 효창의 인조잔디구장 때문이랍니다. 데니스는 지난달 대통령배에 출전하며 이미 한 차례 효창구장을 경험했는데 "바닥이 시멘트처럼 딱딱해 도저히 뛸 수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더군요. 그런데 이번에도 또 그곳에서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 같다나요. 바닥이 딱딱해 안전이 전혀 보장되지 않을 뿐만아니라 급회전도 잘 안돼 무릎이나 발목에 무리가 온다는 항변입니다. ◇…최근 축구협회 회장이 효창구장의 보수를 지시했다는데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군요. 그런데 보수는 잘 진척되고 있습니까. ◇…이번에도 공염불이 되지나 않을 지 걱정입니다. 축구협회는 "효창구장 관리는 명백히 서울시 관할인데 협회가 전적으로 나서서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측과 협의해 일을 해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되풀이할뿐 아직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거죠. 효창구장을 잔디구장으로 바꿀 경우 그 많은 경기를 어떻게 다 소화하느냐의 문제도 행동을 망설이게 하고 있답니다. 지금처럼 조기회다 각종 대회다 해서 거의 매일 사용하다시피하는 경기장을 잔디구장으로 바꿨을 때 과연 버텨낼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그렇다고 지금의 인조잔디구장을 방치해 둘 수 만도 없으니 과연 축구협회가 `효창 딜레마'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지 결과가 궁금하기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