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호의ML메세지] 日선수 대거진출에 오기발동
기사입력 1997년 04월 08일 15시 07분
새로운 도전의 97년 시즌이 시작됐다. 에서 세번째 맞은 시즌 개막이지만 올해는 감회가 남다르다. 지난 94년에는 정신 없이 들뜬 마음이었고, 작년에는 가슴 졸여 에 진입해 두근두근 했었다. 그러나 올시즌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지난 두번은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올해는 선발 투수로 덕아웃에서 첫 경기를 지켜봤다는 사실이다. 구원 투수일 때는 다저 스타디움의 좌익수 뒤쪽 불펜 투수석에 들어가 앉아 있었지만 올해는 당당히 덕아웃에서 개막 경기를 지켜봤다. 올시즌을 시작하면서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부분은 일본 투수들의 메이저 리그 대거 진출이다. 애너하임 에인절스가 하세가와 시게토시라는 투수를 데려왔고, 이라부 히데키라는 투수는 아직 에서 뛰지는 않는데 겨울 내내 미국의 스포츠면을 장식했다. 그들 외에도 마이너리그에서 기회를 노리는 일본 투수도 3∼4명이 된다고 한다. 지난번 에인절스와 프리웨이 시리즈를 하려고 애너하임에 원정 갔더니 노모 히데오와 하세가와를 놓고 100명쯤 되는 일본 보도진이 난리를 피웠다. 일본선수들의 활발한 진출을 보면서 내 마음은 두가지로 갈라진다. 한편으로는 같은 동양 선수들이 메이저 리그에 많이 진출해 활약한다는데 일종의 동지애라고나 할까, 성원을 보내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들이 일본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매 경기 일본 언론들이 요란하게 취재 전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 때도 없지 않다. 정확히 꼬집어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때로는 일말의 초라함이나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는 것 같다. 가장 아쉬운 것은 한국에서도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이 이곳에 와서 성장해 메이저 리그에서 활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국 선수들의 재능이 일본 선수들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고, 미국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선수들이 많을텐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아쉽다. 때문에 나는 더욱 강인한 모습으로 살아 남아야 한다. 일본 선수들이 밀려오는 것을 보면서 난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절대 낙오될 수 없으며 그들에게 뒤질 수 없다는 각오가 새록새록 생겨난다. 새롭게 맞은 97년 시즌 첫 선발 경기에서 비록 패전을 했지만 낙심하지 않는다. 아직도 30차례이상 선발 등판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승리를 몰고 다니는 투수가 돼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