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화면속 벌거숭이 남녀 핵핵거리고
기사입력 1997년 04월 08일 14시 59분
환한 목련이 너무나 아름답다. 대번에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고….'등의 기존의 시들이 팍팍 떠 오르기도 하고. `아, 목련아！ 양귀비가 환생을 했느냐 클레오파트라가 복제된 것이냐…！'하는 즉흥시가 입 밖으로 총알처럼 탕탕 튀어 나온다. 시 얘기가 나와선데 필자의 대선배 작가며 원로 방송성우이신 고은정씨가 시낭송을 하는 교육원을 열었다. 시는 사시사철 사람들 입에 오르 내려야 하고, 우리도 시를 쓰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도 시란 입 밖으로 낭송이 돼야만 제대로 맛이 난다는 공부를 시킨단다. 시 중에는 영시(英詩)등 서양시가 있고 중국의 시인 한시(漢詩)가 있고 우리의 전통 시인 시조(時調)가 있는데 우리는 한문을 익혀 나온 덕분인지 한시에도 익숙하다. 여기서 시 한수 읊어 보는 것도 괜찮겠지. 어흠, 에헴！ 꺾여진 꽃줄기를 정성껏 이어 나가듯 가문의 크신 분을 공경하는 것과/ 사나이 내 중심에 전념하지 못한 것이 떠나간 마음을 아프게 하는구나/ 내면 깊은 곳으로 떠나버린 물결이 지나간 마을엔 진흙만 남았나니/ 어렵사리 길가에 선 어머니는 눈물자국을 고치고 기쁜 말의 뜻을 삭이네/ 문득 나루터의 노랫소리가 망자의 길을 막듯이 슬프게 흩어지니/ 나를 잃어버린 화살과 방패가 화답하듯 포개어진다/ 짚고 다니는 지팡이가 둔해 근심이 없어지니 묶어 놓은 슬픔 조차/ 끝없는 시간 속으로 노인과 아이 사이를 무기력하게 불려다닐 뿐이구나/ 뭔가 심오한 뜻이 담긴 괜찮은 시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지? 자, 이번에는 이 것을 한시(漢詩) 형태로 옮겨 보자. 咀花勉續閥巨崇以 男余核劾去里考 內深杖發浪去里泥 儺道母淚改吉語志耐 奄碼歌屍障哀舒 吾失失于利多 仗聾罹不束哀
多詩老兒懦冶只 그런데 이 것을 우리 말로 읽으면 원래의 뜻에서 벗어나는 참으로 이상한 글이 되고 만다. 저 화면속의 벌거숭이/ 남녀 핵핵 거리고/ 내 심장 발랑 거리니/ 나도 모루개 길어지내/ 엄마가 시장에서/ 오실 시간이다/ 장롱이불속애/ 다시 노아 나야지/ -제목 佈淚老態入(포루노태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