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쟤는 심장에 털났어'
기사입력 1997년 04월 07일 15시 04분
◇…2주일간의 시범경기가 지난주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시범경기서 각팀 선수들은 예년과 달리 몸을 사리지 않는 화끈한 플레이와 묘기를 펼치는 등 변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해는 주전급 신인이 많은데다 부상선수들이 모두 복귀해 한자리 차지하기가 그 만큼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현대 새내기 최만호가 `부적'의 효험을 단단히 봤습니다. 최만호는 최근 타격이 부진하자 자신이 직접 만든 부적을 헬멧 안에 붙이고 경기에 나섰는데요. 부적이란 다른게 아니고 노란색 메모지에 깨알같은 글씨로 경기에 나가는 자세 8가지를 적고 형광펜으로 알록달록 색칠까지 한 메모입니다. 최만호는 부적에 씌어 있는 `눈을 크게 뜨자'부터 `난 할수 있다'까지를 타석에 나갈 때마다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습니다. 이 덕분인지 지난 5일 OB와의 경기에서는 처음으로 한경기 2안타를 때렸습니다. 신이 난 최만호는 정규 시즌에도 이 부적을 떼지 않을 생각이랍니다. ◇…롯데 은 시범경기서 `노다지'를 잃어버렸다고 울상입니다. 시범경기 초반 심한 복통으로 출전조차 하지 못하고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은 손에 딱맞는 방망이를 고른 뒤 5경기서 5할 타율（10타수 5안타）을 기록했죠. 그런데 지난 4일 인천 현대전서 중전안타를 쳤으나 방망이가 부러지고 만 것입니다. 은 "부러지는 순간에 안타를 뽑은 것만 봐도 황금 방망이임을 알수 있지 않느냐"며 못내 아쉬워 하더군요. ◇…롯데가 지난 4일 인천경기서 7연승을 기록한 뒷얘기가 재미있습니다. 이날 롯데는 3－2인 9회말 2년생 을 마무리로 기용했습니다. 이때 시범경기지만 연승을 의식한 한 코치가 감독에게 "좀 불안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죠. 그런데 감독은 "쟤는 심장에 털이 났다"며 그대로 등판시켰는데 은 클린업 트리오를 삼진 2개와 내야플라이로 처리, 간단히 경기를 끝냈죠. 예상외로 잘던진 이유에 대해 코치들은 나중에 농담삼아 3가지로 결론을 내렸어요. ▲눈이 유별나게 작아, 보이는 게 없었다 ▲프로경험이 얼마 안된 탓에 누가누군지 잘 몰라 겁없이 클린업 트리오를 상대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폭파 위험성이 있는 `가스'로 불리는 것으로 봐서는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증거다 등이죠. ◇…요즘 LG 동봉철이 헬멧을 거꾸로 쓴 `불량스런' 모습으로 타격훈련을 하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동료들보다 머리가 크기 때문이고 둘째, LG에 유난히 좌타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 동봉철은 구단에 새 헬멧을 신청했으나 좌타자가 많은 LG구단의 비품실엔 좌타자용 헬멧이 품귀사태였답니다. 게다가 사이즈가 제법 큰 탓에 머리에 맞는 헬멧이 하나도 없어 동봉철은 일단 우타자용 헬멧을 받았지요. 훈련 때 우타자용 헬멧을 거꾸로 쓰고 프리배팅을 하는 동봉철은 시범경기서는 허문회, 윤인수 등 좌타자들의 헬멧을 타석마다 빌려 쓰고 나섰습니다. 주문한 헬멧이 일본에서 도착하는 이번 주말까지 계속 불편을 겪어야 하지만 `헬멧동냥'을 하며 뛴 시범경기서 타격왕（0.389）에 오른 터라 새 헬멧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는 모습은 아니더군요. ◇…해태 감독과 코치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이라는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뒤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영화 출연 사실이 보도되자, 김감독은 새벽부터 여기저기에서 걸려오는 사실확인 전화로 몸살을 앓았다고 합니다. 카메라 혐오증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문을 듣게 할 정도로 촬영을 기피했던 김감독이 지난 1월의 모 전자회사 광고출연에 이어 영화출연까지 `OK'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던 거죠. 김감독은 "늘그막에 웬 수선인지 모르겠다"며 홍보부장에게 "당신이 하자는대로 했으니 책임져"라고 하소연 했답니다. 한편 코치도 동네 목욕탕에서 한 꼬마로부터 "개런티는 얼마예요"라는 질문을 받고는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답니다. ◇…OB 신인들이 지난 2일 쌍방울과의 시범경기를 위해 전주로 내려가는 버스안에서 내내 공포에 떨었습니다. 선배들이 귀신이야기로 잔뜩 겁을 줬기 때문이죠. 작년까지 전주 원정숙소였던 모호텔은 간간이 귀신 소동이 벌어져 시즌내내 화제가 됐던 곳입니다. 은 특히 혼자 방을 쓰게 된 진갑용을 붙잡아 놓고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해 주며 "밤에 잠에서 깨더라도 절대 눈을 뜨지 마라.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는 등 몇가지 `수칙'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잔뜩 긴장해 있던 신인들은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한시름 놓았습니다. 올해부터 OB를 포함해 모든 팀들이 전주 숙소를 R호텔로 바꿨기 때문이죠. 김태룡 매니저는 선수들을 놀려주기 위해 숙소변경 사실을 일부러 얘기하지 않았다는 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