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한강시민공원-잠못 이루는 밤
기사입력 1997년 04월 07일 15시 02분
휴일 밤 11시. 올림픽대로 옆 한강 시민공원 진입차로에는 꼬리를 무는 차량들의 브레이크등으로 온통 빨갛다. 주차장으로 몰려든 승용차들은 라이트를 끄고 대기하다 자리가 나면 조용조용 움직여 들어간다. 이날 이시각 한남대교 남단의 시민공원 주차장에는 약 200여대의 차들이 들어차 있었다. 봄을 맞아 젊은 마이카족들이 데이트를 위해 시민공원 주차장으로 몰려 들고 있다. 최근 주말이나 휴일에는 밤만 되면 강북강변도로나 88도로에서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은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며 주위 매점들도 자정이 넘어서까지 영업을 하며 때아닌 성수기를 맞고 있다. 김모씨(36．주부．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요즘 들어 밤만되면 강변주차장이 승용차들로 꽉 들어찬다"며 "밤 10시쯤부터 몰려든 자동차들은 자정이 지나서도 좀처럼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겨울동안 뜸했던 이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한 이유는 따뜻해진 날씨 때문. 겨울에는 시동을 끄면 추위에 떨며 데이트를 해야 하고 그렇다고 히터를 틀면 창문에 김이 서리지 않아 내부가 잘 보이므로 무르익은 분위기가 깨질 수 있다. 하지만 날씨가 포근해지며 시동을 꺼도 견딜수 있고 창문에는 적당히 김도 서려 밖에서 차 내부를 들여다 보기 힘들다. 이들이 주차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로열석은 바로 강변이 내다보이는 제일 앞쪽자리다. 차의 앞을 강쪽으로 향하면 근사한 한강의 야경을 만끽할 수 있거니와 뒤쪽 창문에 적당히 습기가 차면 거의 밀실이나 다름없기 때문. 따라서 로열석을 차지하기 위해 오랜시간 뒤쪽에서 대기하는 차량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심야 강변데이트족들의 차량들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탑승자가 움직여도 밖에서 알아차리기 힘들도록 하기 위해 중형 이상의 차들이 대부분이며 거의 모든 차량들이 썬팅을 진하게 해 내부가 잘 보이지 않게 했다. 또한 일부 차량은 미리 준비해온 신문지나 햇빛가리개로 창문을 가려 노골적으로 그들만의 데이트에 열중하기도 한다. 김모씨(28．회사원)는 "얘기로만 듣다 실제로 여자친구와 함께 와보니 정말 차들이 많아 놀랐다"며 "오히려 이곳은 데이트족이 아니면 올 수 없는 곳 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