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어느 중년부부의 이혼 사유
기사입력 1997년 04월 07일 14시 59분
일본에는 `젖은 낙엽'이라는 신조어가 오래전 부터 있었다. 나뭇잎이라는 건 단풍이 들어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가 가장 멋있다. 아직 울긋불긋한 빛깔을 지닌 채 구르는 낙엽일 때도 제법 봐 줄만 하다. 그러나 그 낙엽이 말라 비틀어져 몰골이 말이 아닌 상태서 또 거기에 빗물에 젖어 버리면 최고로 비참할 때라는 얘기다. 젖은 낙엽은 누구를 말하는가. 예순 정도에 이르러 퇴직해 암담한 실정인데, 때맞춰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여 찌그러져 있는 고개 숙인 남자를 뜻한다. 여자들은 이혼을 오래 전에 작정해 두고 있다가 아이들이 웬만큼 자라고 남편이 재산을 어느 정도 갖추고 퇴직금이라도 받으면 제까닥 이혼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흉내내기라면 어느 민족에게도 안 뒤지는 우리 백성들이 그 `젖은 낙엽'을 그냥 보고 있기만 하겠는가. 그것이 한반도에는 `예순살의 반란'이라는 이름으로 상륙을 했다. 이혼은 결혼 후 5년이내라는 등식을 무시하고 결혼 20년 30년만의 중노년 이혼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여자들의 이혼 청구 소송의 내용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지. "내 남편은 1979년 어느 봄날 밤 술취한 친구들을 잔뜩 끌고 와서 `야！ 부엌데기야 빨리 술상 봐 오지 않고 뭘해！！'라는 모욕을 했어요." 이혼소송을 제기한 이 여인을 보시라. 그리고 뭔가 생각해 보기로 하자. 가정법원 재판정이다. 여자가 매우 분하다는 듯 말을 쏟아 놓는다. 여자 "저의 결혼 생활 20년은 고통 그 자체였어요. 판사님！ 내 남편은 처자를 유기한 채 집을 나간지 20년이나 됐어요. 10명의 아이들 때문에 참았죠 그러나 더 이상은 살 수 없어요." 판사 "잠깐만요. 남편이 20년 전에 집을 나갔는데도 그 뒤에 낳은 아이가 열명이나 된다구요? 이해할 수가 없군요." 여자 "남편은 그 동안 매일 밤 사과를 하러 오긴 왔었죠." 판사 "또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