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감각으로 쏘아올린 '20점'
기사입력 1997년 04월 06일 17시 13분
역시 광주 나산 플라망스에는 김상식（29．1m84）이 있어야 했다.
정규리그서의 왼손 부상에 이어 동양과의 플레이오프 1회전 2차전서 오른손마저 부상한 김상식은 팀이 3연패에 빠지자 동양과의 4차전（5일）에 출전을 자청했다. 특히 최근에 다친 오른손은 부기가 내리지 않아 퉁퉁 부어있었지만 김상식은 양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 코트에 섰다. 양손의 세 손가락만 가동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김상식은 역시 `농구천재'였다. 김상식은 이날 `감각'만으로 3점슛 4개 포함, 20득점을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으며 2개의 자유투도 모두 깨끗이 성공시켰다. 김상식이 지닌 상징적인 위력은 그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이날 게임은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쫓았다'는 삼국지의 한 장면을 그대로 연상시켰다. 김상식의 등장 자체만으로도 동양은 크게 흔들린 것. 3차전서 단 89득점을 올리는데 그치며 최악의 경기를 펼쳤던 나산은 이날 정규리그를 포함, 비연장전 경기로는 `프로농구 한게임 최다득점'인 123득점을 기록했다. 3차전서 18득점의 부진을 보였던 에릭 이버츠는 42득점, 9득점에 그쳤던 이민형은 25득점을 터뜨렸다. `에어 볼'（림도 맞지 않는 볼）을 난사했던 에릭 탤리（17득점）와 김용식（12득점）의 슛도 정확히 바스켓을 관통했다. 동양으로서는 `이동 미사일' 김상식의 폭발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틈에 다른 선수들이 동양의 바스켓을 유린한 것. 하루만에 팀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싶게 `김상식'이라는 이름 석자의 위력을 실감나게 하는 한판이었다. 나산과 동양의 경기（5∼7차전）는 7일부터 하루 걸러 열리게 돼있어 나산으로서는 위기는 벗어난 셈. 김상식의 회복과 함께 위력이 되살아난 나산의 대역전드라마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