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호] 톱타자 중압감벗고 화끈한 타격자랑
기사입력 1997년 04월 06일 17시 11분
지난 5일 OB전을 1시간 앞둔 현대 덕아웃.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자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새내기 최만호（23）는 남모르게 가슴을 쓸어 내렸다. 시범경기 내내 맨 윗자리에 적혀 있던 자신의 이름이 처음으로 6번 타순에 내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톱타자의 부담감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타선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 톱타자는 신인에게 다소 힘겨운 자리. 최만호도 반드시 살아나가야 한다는 중압감에 몸에 힘이 들어가고 스윙이 뻣뻣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심지어 최근에는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였다. 타율은 1할대로 처지고 삼진도 12개나 당해 팀내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6번으로 출전한 이날 최만호는 달랐다. 비록 첫타석에서 삼진을 당하기는 했지만 5회말 2번째 타석에서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변화구를 정확히 받아쳐 우익수 앞에 깨끗한 안타를 만들어 냈다. 종종 삼진을 당하던 코스였다. 6회에도 좌중간 펜스를 직접 때리는 역전 1타점 2루타를 뿜어냈다. 12경기에 나선 최만호의 성적은 타율 2할3푼1리에 1홈런 8타점. 비록 타율은 낮지만 팀내 1위인 8타점으로 찬스에 강한 클러치히터의 진면목을 보였다. 톱타자보다는 찬스에서 한방씩 터뜨리는 것이 훨씬 적성에 맞는다는 얘기다. "마음이 너무 편합니다. 정규시즌에서는 부담없이 신인답게 마음껏 휘둘러 보겠습니다." 새로운 각오로 시즌을 기다리는 최만호의 눈빛이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