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 파란의 현대사 살아온 우리어머니
기사입력 1997년 04월 06일 17시 05분
중견배우 박정자가 대학로에서 질곡의 현대사를 눈물로 보내온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모노드라마를 선보인다. 그는 극단 자유와 학전이 공동제작, 8일부터 7월6일까지 학전블루에서 공연하는 모노드라마 `그 여자, 억척어멈'(김정옥 작, 연출)에 어머니로 출연하는 것. 이 무대는 이미 지난 3월 한달 동안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에 한국대표로 참가, 애절하고 기구한 여인의 운명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일본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엉엉 울더라구요. 특히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에서 객석은 눈물바다가 되는 것 같았어요. 슬픔은 인류보편의 언어인가봐요." 이 작품은 6.25 전쟁 당시인 1950년대가 배경으로 전쟁 중에도 공연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던 어느 중년 여배우의 삶을 통해 아픈 역사를 반추하고 있다. 박정자, 그녀는 남편이 2차 대전 때 일본의 징용군으로 끌려갔던 것처럼 단 하나뿐인 아들마저 에 의용군이란 이름으로 다시 끌려가는 비운을 맞는다. 이제 그녀에게는 연극이란 끈만이 유일하게 남아 자신을 존재케하는 힘이된다. 때마침 올리게 된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억척어멈'은 당시의 전시상황과 너무나 똑같다. 전시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런 아들을 기르면서 연극에 열정을 쏟아붓는 여배우 이야기이다.
그러나 브레히트가 독일의 공산주의 작가라는 이유로 막을 올리지 못하게 되자, 연극진행자들은 내용을 19세기 갑오농민전쟁으로 바꾸어 공연한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그녀는 하나 남은 딸 순임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결국 딸의 주검앞에서 `아리랑'을 부르며 어머니의 아픔을, 민족의 슬픔을 노래한다는 게 극의 흐름이다. 결국 이 무대는 50년대의 박정자가, 브레히트의 억척어멈으로, 갑오농민전쟁의 우리들 어머니로 끝없는 변신을 하면서 보여주는 비애적인 삶을 그려낸다. 특히 공간적인 배경이동을 통한 주도면밀한 구성이 관객을 긴장시키고 강한 흡인력을 가진 배우 박정자를 통해 모든 것을 인내하고 사는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을 사실감 넘치게 그려내 주목된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 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수요일 오후 2시 주부를 위한 특별공연. (02) 763－82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