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곰 사파리 미녀 쟁탈전
기사입력 1997년 04월 05일 15시 11분
4월의 꽃바람과 함께 살랑이는 암곰의 살내음에 취한 곰들이 사랑 싸움을 벌인다. 사파리에 살고 있는 수곰들은 오는 15일쯤부터 시작될 암곰들의 발정기를 앞두고 왕권을 위한 예비 힘겨루기에 한창이다. 에 있는 곰은 모두 30마리. 15대15로 암수 균형이 꼭 맞는다. 그러나 모든 수곰이 암곰과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본능적으로 강한 2세를 갖고 싶어하는 암곰들이 시시한 수곰과의 데이트를 거부하고, 수곰 또한 능력이 되는 대로 많은 암곰을 거느리고 싶어한다. 결국 약육강식의 논리는 짝짓기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돼 왕만이 `미녀'를 마음껏 품으며 겨우내 참아온 춘정（春情）을 불태울 권리를 갖는 셈이다. 15마리의 수곰 가운데 `왕권주자'는 `미성년자'를 뺀 9웅（熊）이었지만 이제는 킹콩과 맘모스, 곰보살, 시커먼스 등 `4웅（熊）'으로 압축됐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사파리에서 유일하게 누런색을 하고 있는 킹콩. 킹콩은 450㎏의 덩치에서 뿜어나오는 파워를 바탕으로 한 밀어붙이기가 특기다. 5년전 전주에서 상경한 킹콩으로서는 처음으로 중앙무대에 `씨'를 뿌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4년이나 왕위에 있었던 맘모스는 작년까지 모두 27마리의 새끼를 출산시킨 정력가로 급소를 노려치는 좌우훅이 일품이다. 맘모스는 그러나 작년까지 정력을 너무 탕진해 겨우내 아파트에서 특식과 영양제를 먹고, 간이방사장에서 하드 트레이닝을 하며 `4월의 그날'을 기다려왔다. 91, 93년 챔피언 곰보살은 올해를 재기의 마지막 기회로 삼고 있다. 다른 후보들보다 덩치는 작지만 빠른 몸놀림을 바탕으로 한 치고 빠지기가 특기. 시커먼스는 올해 왕권 도전에 만족해야 할 수준. 아직 나이도 어리고 덩치도 작지만 투지가 좋아 돌풍을 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왕이 결정되면 승자의 화려함과 패자의 비참함은 너무도 극명하게 갈라진다. 왕은 간택을 바라는 11마리 성숙한 암곰 가운데 마음에 드는 상대를 무제한으로 골라 정사를 즐기게 된다. 정사는 한번에 20∼30분씩 걸리는데 왕곰의 경우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루에 6∼7번씩 바꿔치기도 한다. 그러나 왕이 행복에 겨워 숨을 몰아쉬는 동안 다른 수곰들은 왕의 선택을 받지 못한 암곰을 찾아다니며 `몰래한 사랑'을 즐겨야하지만 왕에게 들키는 날에는 헌집 벽털리듯 맞아야 한다. 결국 간통할 용기마저 없는 곰은 앞발로 자위행위를 하며 홀아비의 한을 풀어야 한다. 사육사 이용필씨（30）는 "봄바람에 사람의 마음이 살랑거리듯 곰도 마찬가지"라며 춘투（春鬪）를 예고한다. 대권주자들은 암곰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벌써부터 다리에 깁스를 한 것처럼 힘을 잔뜩 주고 걸으며 전쟁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