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비야 고맙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04일 15시 48분
해태 `야구천재' （27）이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았다. 계속 내린 비로 3일 경기마저 취소되자 은 서둘러 장비를 챙겨 광주구장으로 향했다. 타격감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방망이 중심에 맞은 타구는 이슬비 속을 뚫고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한달여 만에 느껴보는 짜릿한 감촉이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비가 보약이 되었나 봅니다." 은 타구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확하게 한달전 막바지 호놀룰루 전지훈련때의 타격감각이 되살아난 기분이다. 은 귀국이후 지금까지 한마디로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3년만에 해외 전지훈련에 참가해 무리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린데다 돌아오기 무섭게 계속된 원정과 시범경기 출전으로 몸이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처음엔 별것 아니란 생각으로 경기에 나갔지만 갈수록 몸이 무거워지고 힘이 떨어지더니 타격감각도 한없이 무뎌졌다. 급기야 지난달 29일엔 대구원정중 `피로회복'을 위해 광주로 돌아오기에 이르렀다. 의 시범경기 성적은 7경기 출전에 25타수 7안타로 타율 2할8푼. 성적을 떠나 제대로 맞아 나간 타구가 1∼2개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1일부터 전국에 내린 비로 3경기가 취소되자 은 만사 제쳐놓고 휴식시간을 가졌다. 시즌개막을 10일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더 이상 컨디션이 떨어진다면 한동안 고전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3일 오전 프리배팅을 마친 은 "나도 모르게 스윙하는 순간 방망이가 아래로 처져 있었습니다. 힘이 떨어졌었던 증거죠. 이제서야 원래 스윙감각을 다시 찾은 것 같습니다"고 웃으며 말한다. 어찌보면 시즌도 들어가기전부터 맞을 뻔한 슬럼프를 슬기롭게 헤쳐나온 `야구천재'의 의미있는 웃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