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타격 파괴
기사입력 1997년 04월 04일 15시 46분
시범경기에는 승패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 시즌을 눈앞에 두고 겨우내 갈고 닦은 기량을 실전에서 테스트해 보는 일이다. 이를테면 `최종점검'인 셈이다. 현대 `야구박사' （24）은 이런 시범경기의 목적을 잘 안다. 지난해 시범경기서 1할대를 쳤던 은 올해도 성적만 보면 이름값에 못 미친다. 3일 현재 타율 2할8푼1리（32타수 9안타）와 2타점에 홈런은 남들 치는것만 구경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여유작작이다. 당장 안타 1개보다는 그간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해 뒀던 과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재미에 빠져 있는 탓이다. 우선 지난해 말썽을 일으킨 타격폼 시비를 일축하기 위해 새로 바꾼 스탠스 적응을 시범경기에서 끝냈다. 치는 순간 왼발이 타석에서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포수쪽으로 15㎝ 가량 물러섰다. 또 홈플레이트와의 간격도 5㎝쯤 더 후퇴시켰다. 너무 바짝 붙어 치다보니 확연한 볼도 주심에게 몸쪽 꽉찬 스트라이크로 오인돼 불리한 판정을 받은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 적극적인 공격보다는 되도록 많은 공을 보며 기다리는 배팅을 한 것도 투수들의 공배합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피기 위해서였다. 은 3일 롯데전에서 좌익선상으로 대포알같은 2루타 2개를 쳤다. "이제 공을 좀 많이 봤다고 생각하고 처음 제 스윙을 한번 해봤습니다." 시범경기 동안 여러가지를 시험해 보느라 양의 탈을 썼던 이 슬슬 `괴물'의 본색을 드러낼 때가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