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농사지으며 개똥이 구상
기사입력 1997년 04월 04일 15시 46분
요즘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대극장에서 화제속에 공연되고 있는 극단 학전의 창작뮤지컬 `개똥이'.
환경문제라는 어려운 주제를 귀를 촉촉히 적셔주는 음악과 정제된 율동으로 보여주면서 폭넓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무대의 희곡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고, 연출까지 맡아 1인3역의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아침이슬'의 가수에서 연극쟁이로 자기위상을 잡아가고 있는 김민기씨를 만나보았다.
`개똥이'는 9일까지. 평일 오후 3시30분, 7시30분. 토 일 오후 3, 7시. (02)763－8233.
-지난 95년 초연했던 작품인데 리바이벌 공연을 하게 된 이유는?
▲극단 학전은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내용을 갈고 닦아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초연 당시 아쉬움이 많이 남아 기회가 되면 다시할 생각을 해왔었다.
-초연에 비해 수정, 보완된 점들이 있다면?
▲우선 시각적인 면에 관심을 많이 두었다. 무대미술 의상 조명 등이 극에 적극적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꾸몄다. 특히 9대의 멀티슬라이드를 도입, 배우와 무대 그리고 영상이 조화를 이루는 뮤지컬로 형상화했다. 마도원씨의 제대로 된 편곡도 큰 힘이 되었다.
7인조로 구성된 록밴드가 들려주는 라이브 연주는 문예회관 사상 최초가 아닌가 싶다.
-음악적인 면에서 뛰어난 선율과 극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요소들이 강한데….
▲우리 전통의 구전민요와 동요를 많이 차용했다. 그리고 우리말을 어떻게 하면 노래에 실어 객석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가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말에 노래라는 형식의 옷을 입혀 극의 감정과 정서를 전달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뮤지컬 음악이다.
-지난 1984년 이 작품을 구상했는데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
▲윤기현의 창작동화 `사랑의 빛'이란 원작을 바탕으로 아동극으로 준비된 작품이다. 그러나 당시 여러사정으로 공연이 좌절됐지만 꼭 뮤지컬로 무대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동극의 틀을 벗어나 뮤지컬로 형상화한 이유는?
▲한때 농사를 지은 적이 있다. 그때 현대산업사회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이를테면 문명과 삶의 원시성 같은 문제다. 농사를 지으면서 문명의 병폐와 환경문제를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이 작품은 벌레를 의인화하여 공해문제를 역설적으로 그려내는 게 특징이다. 이런 발상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모든 게 인간중심적인 사고로 평가된다. 문명과 환경문제도 인간중심적으로 보면 자가당착적인 사고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벌레들의 세계를 통해 환경문제를 표현하고 싶었다. 일종의 자연이 인간을 보는 패러다임을 설정해 본 것이다.
-극단 학전이 소유하고 있는 극장은 연극인들이 뽑은 좋은 극장 1위로 뽑혔다. 극단 및 극장 운영은 어떤가?
▲어렵다. 두개의 극장을 운영하는 경상비만도 엄청나다. 힘들고 어렵지만 좋아서하는 일이다. 이번에도 은행대출 받아서 공연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나를 두고 `질기다'고들 말한다. 무엇엔가 미치거나 끌리지 않으면 못할 일이다.
-요즘 우리 뮤지컬에 대한 생각은?
▲관객을 끌기 위한 겉치레인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보다 작품의 내용을 알뜰하게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적극적이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