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휘호 경매 화제
기사입력 1997년 04월 03일 15시 06분
최근 전대통령의 친필 휘호 한점이 950만원에 판매돼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미술품경매업체인 （주）한국미경의 경매에서 전직 대통령의 휘호로는 처음으로 선보인 `저축은 국력（貯蓄은 國力）'이라는 박 전대통령의 친필이 열띤 경합 끝에 이같이 낙찰된 것.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76년 2월5일에 박 전대통령이 직접 쓴 이 휘호는 경매전 갤러리에서 전시될 때부터 40대에서 50대까지의 응찰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 경매에 들어가서도 2명의 응찰인이 마지막까지 5번이나 응찰가를 주고 받는 공방을 벌여 얼마전 여론조사에서 `복제하고 싶은 사람' 3위에 오른 박 전대통령에 대한 높은 인기도를 반영했다. 제작연도, 글씨의 숫자와 크기, 필자 등에 의해 감정가가 결정되는 서예작품이나 휘호는 추사 김정희의 대형 서예작품이 2천만∼3천만원 정도로 거래되는 것을 제외하면 1천만원을 호가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김옥균 유길준 등 개화론자들의 서예작품들이 150만∼250만원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해 보면 950만원이라는 박 전대통령 휘호의 낙찰가는 상상외의 높은 가격이라는 것이 경매관계자들의 중론이다. 50대 초반의 개인사업가로 알려진 낙찰자는 "개인적으로 박 전대통령을 존경한다"며 "아무리 비싸더라도 무조건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매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박 전대통령의 휘호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정치－경제적으로 혼란스런 현 시국에 염증을 느낀 기성세대들이 경제부흥을 이룬 정권에 대해 깊은 향수를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경매관계자는 풀이했다. 또한 박 전대통령의 작품은 모두 500여점 가량 되지만 소장가들이 쉽사리 내놓지 않아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도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주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미경의 하진규이사（39）는 "박 전대통령의 휘호에 대한 예술품 애호가들과 수집가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놀랐다"며 "앞으로 박 전대통령의 다른 휘호들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