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파노라마] 무리한 경기일정.. 선수만 고달프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02일 14시 44분
프로농구 경기가 끝난 뒤 선수대기실에선 비슷한 풍경이 연출된다. 진 팀이야 당연히 분위기가 어두울 수 밖에 없지만 이긴 쪽의 라커도 결코 밝지 않다. 피를 말리는 40분간의 혈투를 마친 선수들은 말을 잃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연신 물만 마셔대기 일쑤.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구단 버스 안도 적막하다. 큰 대（大）자로 누워 잠든 선수가 있는가 하면, 피로에 초점이 풀린 눈으로 멍청히 차창 밖을 내다보는 선수도 있다. 농구선수들은 한 게임을 풀타임으로 뛸 경우 보통 체중이 1.5∼2㎏씩 줄었다가 회복되는데, 기온이 높으면 3㎏까지 빠지는 선수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마추어 시절과 달리 공격 제한시간이 24초로 짧아지는 바람에 운동량이 늘면서 선수들의 체중 감량은 확연히 눈에 띈다. 또 경기종료 2분전부터는 경기진행 시계도 득점때마다 멈추게 돼 선수들로선 마지막 120초는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 팀당 21게임씩의 정규리그를 마친 각 팀 주전급 선수들의 체중은 평상시에 비해 4∼5㎏ 정도 빠진 상황이다. （）은 플레이오프 1회전（준준결승）부터 챔피언 결정전까지 모두 7전 4선승제를 채택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1회전에 나선 4개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매번 7차전까지 가며 정상에 서려면 한달여간 정규리그 경기수와 똑같은 21게임을 치러야 하는 셈. 특히 주전급 7∼8명이 전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한국 프로농구의 얇은 선수층을 감안할 때 이같은 경기 일정을 잡아 놓은 의 행정은 선수들을 `흥행기계'로 파악했다는 얘기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정규리그 초반 경기당 200여점에 이르던 득점이 중반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는 사실. 결국 선수들의 체력이 소진되면서 경기 수준도 하향 평준화됐고 스탠드도 그만큼 빈자리로 남게 됐다. 프로농구팬들은 `양（量）'보다 `질（質）'을 원한다는 사실을 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