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전력분석] 코칭스태프-김응용 '최고감독'
기사입력 1997년 04월 02일 14시 42분
본지기자들은 역대 성적과 경력, 그리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대처 능력 등을 바탕으로 심사숙고한 끝에 8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해태 감독과 코치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해태에서만 15년째 감독을 맡고 있는 프로 최장수 사령탑으로 최다 우승, 최다승을 기록한 감독의 관리 능력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때론 무뚝뚝하게, 때론 계산된 거친 행동으로 적절하게 아랫사람을 무시하고 자극하면서 코치와 선수를 장악하는 기법이 독특한 카리스마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해태의 코칭스태프는 `이란 큰 바위'를 작은 돌들이 지탱하고 있는 형태. 감독의 큰 기침 한번에 코치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만 선수들과의 친화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옥에 티다. 관리에 관한 한 남부럽지 않은 `사단'을 이루고 있는 것은 쌍방울 감독.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생길 만큼 능력보다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코치진을 거느리고 있다. 재일동포 출신이라 국내에는 학연과 인맥이 없었던지라, 실업야구 기업은행 출신이나 프로에서 코치로서 지도한 경험이 있는 후배들을 대거 발탁해 `상명하복식 체제'로 강한 팀워크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코치들에게 힘을 나눠주고 조언을 귀담아 듣는 것이 눈에 띄게 변한 점이다. 반면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선수 출신이란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삼성 감독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프로 원년 MBC 감독 겸 선수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90년엔 LG의 창단 사령탑으로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지녔지만 잦은 공백 탓에 조화와 적응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모든 것을 거의 홀로 쥐고 있던 지난해의 쓰라린 경험을 거울삼아 올해는 코치들에게 많은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코칭스태프의 전력 평가에서 신세대 지도자인 현대 감독이 상위권에 오른 것은 관리 능력과 친화력에서 고루 후한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스타 플레이어로서 동고동락했던 MBC（현 LG） 시절의 주축 멤버를 코치로 영입해 강한 결속력을 나타냈고, 선수들과는 세대차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업야구 한일은행 동기생인 한화 감독과 OB 김인식 감독은 무난한 점수를 얻었다. 관리 능력에선 감독이, 친화력에선 김인식 감독이 근소한 차이로 앞서 있지만 －－ 감독을 잇는 2세대 사령탑으로서의 위치를 확인했다. 한화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김영덕 감독과 단기전의 우승 조련사 감독의 장점을 고루 알고 있는 것이 최대의 장점. OB 김인식 감독은 감독과 함께 수석 겸 투수코치로서 `해태 신화'를 일궈냈던 경험과 소탈한 성격으로 모난데 없이 팀을 이끌고 있다. 감독 1기를 보내면서 지난 95년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한 롯데 감독은 현역 최연소 사령탑이지만, 올해부터 제2기를 맞아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8개구단 중 가장 젊은 코치진도 올해부턴 지난 3년 동안의 경험을 접목시킬 계획. 롯데의 코칭스태프는 젊은 코치들간의 조화를 통해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LG는 천보성 체제가 아직 검증받지 못한 조직이란 점에서 많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신임 천보성 감독은 선수와 코치 시절에 보여줬던 것 이상으로 현재의 코칭스태프나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가면서 사기를 높이는 스타일이 돋보인다.
